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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시동'이 안 걸릴 때 뇌를 깨우는 아로마

멈춰버린 커서, 움직이지 않는 손

by 이지현

출근을 하고,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커피도 준비되었고, 주변 환경도 정돈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지금 시작해야 제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 얹힌 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빨리 시작해야 해라는 목소리와 도저히 엄두가 안 나라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이 정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더 많은 생각으로 자신을 설득하려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사고 회로를 건너뛰고, 행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 점화 플러그가 스파크를 일으키듯, 강렬하고 직관적인 향기는 멈춰있는 신경계에 즉각적인 신호를 보내어 행동 모드로의 전환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작의 문턱에서 주저하는 당신을 위해, 블랙페퍼, 진저, 라임과 같은 역동적인 향기를 활용하여 무거운 뇌를 깨우고 가볍게 첫발을 내딛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첫 번째 업무 앞에서 멈칫할까?

산처럼 거대해 보이는 과제

초민감자의 뇌는 깊은 정보 처리 특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하나를 보더라도 그와 연관된 수많은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메일 보내기라는 단순한 과제가 적절한 단어 선택, 수신자의 반응 예측, 혹시 모를 실수에 대한 점검, 이후에 이어질 답장 대응 등 수십 가지의 하위 과제로 나뉘어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주 작은 일조차 거대한 산처럼 느껴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즉 압도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뇌는 이 거대한 과제를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본능적으로 회피하거나 시작을 미루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시작을 가로막는 또 다른 큰 원인은 완벽주의일 수 있습니다.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무의식적인 믿음이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첫 문장부터 완벽해야 하고, 첫 아이디어부터 획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텅 빈 화면을 채우는 것을 공포스러운 일로 만듭니다. 초민감자는 비판이나 실수에 대해 더 깊은 감정적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잠재적인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시작이라는 행위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환 비용: 휴식 모드에서 집중 모드로

뇌가 휴식 모드에서 고도의 인지 능력을 요하는 집중 모드로 전환하는 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듭니다. 이를 전환 비용이라고 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초민감자는 이 전환 비용을 더 비싸게 치를 수 있습니다. 특히 출근 직후나 점심시간 이후처럼, 이완된 상태에서 다시 긴장된 업무 상태로 넘어가야 할 때,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보입니다. "딱 5분만 더 쉬고"라고 생각하며 뉴스 기사를 보거나 SNS를 확인하는 것은, 뇌가 이 힘든 전환을 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저항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시작의 뇌를 깨우는 신경과학적 원리

도파민과 행동의 시작

우리가 어떤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흔히 보상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동기 부여와 행동 개시에 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도파민 수치가 떨어져 있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움직일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미루는 습관이나 시작의 어려움은 종종 뇌의 도파민 회로가 적절히 자극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작을 위해서는 뇌에 도파민을 분비시켜 "이 일을 하면 좋을 거야" 혹은 "일단 움직이자"라는 신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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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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