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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보다 빨리 달리는 마음'내면의 시계'를 늦추는 향기

지각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급한 아침을 위한 아로마테라피

by 이지현

아침 7시, 알람이 울립니다. 시계를 확인해보면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이고, 출근 준비를 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가슴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빨리 씻어야 해, 옷은 뭐 입지?, 버스 놓치면 어떡하지? 머릿속에서는 이미 1분 1초를 다투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지고, 칫솔질을 하는 손길조차 분주합니다. 정작 시계바늘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 나의 마음속 시계바늘만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며 나를 다그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무런 사고도, 지체도 없는 평범한 아침이지만, 현관문을 나설 때쯤이면 이미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처럼 지쳐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이라는 두 가지 다른 시간대 속에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리적 시간은 객관적이고 일정하게 흐르지만,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시간은 감정 상태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듭니다. 특히 초민감자(HSP)에게 아침 시간은 유독 빠르게 수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폭주하는 내면의 시계를 멈추기 위해서는, "진정해, 아직 시간 많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마음은 이성적인 말로 쉽게 제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후각을 통한 감각적인 개입은 매우 효과적인 브레이크가 될 수 있습니다. 깊고 그윽한 향기는 호흡을 자연스럽게 느리게 만들고, 뇌에 직접적인 신호를 보내 과열된 신경계를 식혀줍니다. 향기를 맡는 그 짧은 순간, 우리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향기로운 브레이크를 활용하여, 쫓기듯 시작하는 아침을 우아하고 차분한 리듬으로 바꾸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쫓기듯 아침을 시작할까?

과각성된 신경계와 코르티솔의 장난

아침에 눈을 뜰 때 우리 몸은 활동을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신경계가 예민한 초민감자에게는 이 코르티솔의 상승이 마치 전투 개시 신호처럼 강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만 빨리 뛰어도, 뇌는 이를 불안이나 위급 상황으로 해석해 버리곤 합니다. 몸의 생리적인 각성 반응을 심리적인 조급함으로 오인하게 되면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걱정하기라는 뇌의 습관

초민감자의 뇌는 깊은 정보 처리를 위해 항상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뇌는 오늘 하루 일어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일들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느라 분주해집니다. 지하철이 연착되면 어쩌지?, 엘리베이터가 늦게 오면 어쩌지?, 회의 시간에 늦으면 상사가 뭐라 할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그리고 일어날 확률이 낮은 부정적인 변수들까지 미리 걱정하고 대비하느라, 뇌는 아침부터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과도한 예기 불안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완벽한 하루를 향한 무의식적 압박

우리는 종종 하루를 완벽하게 시작해야만 그날 하루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 루틴을 하나라도 빼먹거나, 계획했던 시간에서 5분이라도 벗어나면, 하루 전체가 엉망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아침 시간을 여유로운 준비의 시간이 아닌, 정해진 미션을 오차 없이 수행해야 하는 긴박한 작전 시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1분 1초를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시간은 더욱 부족하게 느껴지고 마음은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면의 시계가 빨라질 때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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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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