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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분'을 끊어내는 리셋 향기

지각 위기, 물건 분실... 아침이 엉망이 되었을 때

by 이지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허둥지둥 일어난 아침, 서둘러 준비하다가 커피를 옷에 쏟거나,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차 열쇠가 보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버스는 눈앞에서 떠나고, 엘리베이터는 점검 중이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면 마음속에서는 깊은 한숨과 함께 "오늘 하루는 시작부터 엉망이네"라는 생각이 피어오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불운이지만,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이러한 아침의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하루 전체의 기분을 좌우하는 거대한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시작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부정적인 예감을 갖게 되고, 마음은 온종일 무겁게 가라앉아 버리기도 합니다.

아침에 느꼈던 당황스러움, 조급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짜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나는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자책이 이어지며, 이미 지나간 상황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되감기 하느라 현재의 업무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루 전체의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이 과정은, 우리가 가진 섬세함이 때로는 스스로를 찌르는 가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침의 불운이 하루 전체의 불행으로 번지지 않도록, 감정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뇌를 상쾌하게 리셋해 줄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해 보려 합니다. 그레이프프루트와 유칼립투스의 향기는 엉망이 된 것 같은 아침을 다시 기분 좋은 시작점으로 되돌려놓는 마법 같은 스위치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망친 하루라는 생각의 함정: 뇌과학적 이해

뇌의 부정성 편향과 일반화의 오류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더 오래 기억하려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겪은 작은 실수나 불쾌한 사건은 뇌에게 강력한 부정적 신호로 입력되어, 이후에 일어나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사건들마저도 부정적인 필터를 통해 해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초민감자의 뇌는 이러한 부정적 자극을 더 깊이 처리하고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아침의 작은 사건 하나를 근거로 "오늘 하루는 완전히 망했어"라고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이는 마치 안경에 작은 얼룩이 묻었을 뿐인데, 세상 전체가 더럽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코르티솔 급증과 감정의 홍수

지각 위기나 물건 분실과 같은 돌발 상황은 순간적으로 교감신경계를 강하게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급격히 분비시킵니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들고, 심박수를 높이며, 호흡을 가쁘게 합니다. 초민감자는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더욱 예민하게 감지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과 초조함이라는 감정에 압도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정의 홍수(Emotional Flooding)라고 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평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흑백 논리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많은 초민감자들은, 하루의 시작이 매끄럽지 않으면 그날 전체가 실패한 것이라고 단정 짓는 모 아니면 도(All-or-Nothing) 식의 사고 패턴을 보이곤 합니다. 100점짜리 아침이 아니면 0점짜리 하루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중간 과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흠집 하나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게 만듭니다. 아침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망친 하루라고 규정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기분을 망치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의 함정을 인식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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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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