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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 마감의 압박감을 '가벼움'으로 바꾸는 향기

12월의 달력, 그 무거운 숫자들 앞에서

by 이지현

12월의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창밖의 날씨나 따뜻한 커피의 향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신 머릿속에는 거대한 숫자가 둥둥 떠다니곤 합니다. 올해가 며칠 남았지?, 이번 달 안에 이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데, 아직 못한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달력의 마지막 장이 주는 의미는, 우리에게 설렘보다는 무거운 마감의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아직 다 채우지 못한 계획표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마치 빚쟁이처럼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아,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얕아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끝맺음은 단순히 일을 마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후회 없이,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며 마무리하고 싶은 깊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향은 12월을 정리하고 쉬는 달이 아니라, 어떻게든 완수해야 하는 가장 바쁜 달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

이처럼 꽉 막힌 마음의 도로를 뚫어주고, 무겁게 가라앉은 머릿속을 환기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향기는 우리의 복잡한 생각을 건너뛰고, 정체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왜 연말의 마감은 유독 우리를 숨 막히게 할까?

자이가르닉 효과와 미완성의 공포

심리학에서는 완료된 과제보다 미완성된 과제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HSP의 뇌는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특성이 있어, 이 미완성의 상태를 더욱 강렬한 인지적 긴장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기 전에 끝내지 못하면 영원히 실패로 남을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사소한 일들까지도 거대한 짐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뇌는 닫히지 않은 열린 루프들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느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되고, 이는 만성적인 피로감과 압도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완벽한 마무리에 대한 강박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민감자의 성향은, 연말을 스스로를 평가하는 엄격한 심판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를 의미 있게 보냈는가?, 계획했던 목표를 다 이루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성취한 것보다 놓친 것에 더 집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90%를 해냈어도 남은 10%의 부족함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남은 며칠 동안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완벽주의적 강박은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고, 12월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극과 에너지의 고갈

연말은 업무 마감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 행사, 그리고 들뜬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감각적 자극이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HSP의 신경계는 이러한 외부 자극들을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더 빨리 지칠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고갈되어 가는데,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심리적 방어 기제가 무너지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짜증을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처럼, 들어오는 자극은 많은데 처리되어 나가는 배출구는 막혀버린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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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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