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달력, 그 무거운 숫자들 앞에서
12월의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창밖의 날씨나 따뜻한 커피의 향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대신 머릿속에는 거대한 숫자가 둥둥 떠다니곤 합니다. 올해가 며칠 남았지?, 이번 달 안에 이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데, 아직 못한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달력의 마지막 장이 주는 의미는, 우리에게 설렘보다는 무거운 마감의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아직 다 채우지 못한 계획표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마치 빚쟁이처럼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아,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얕아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끝맺음은 단순히 일을 마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후회 없이,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며 마무리하고 싶은 깊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향은 12월을 정리하고 쉬는 달이 아니라, 어떻게든 완수해야 하는 가장 바쁜 달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
이처럼 꽉 막힌 마음의 도로를 뚫어주고, 무겁게 가라앉은 머릿속을 환기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향기는 우리의 복잡한 생각을 건너뛰고, 정체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완료된 과제보다 미완성된 과제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HSP의 뇌는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특성이 있어, 이 미완성의 상태를 더욱 강렬한 인지적 긴장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기 전에 끝내지 못하면 영원히 실패로 남을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사소한 일들까지도 거대한 짐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뇌는 닫히지 않은 열린 루프들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느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되고, 이는 만성적인 피로감과 압도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민감자의 성향은, 연말을 스스로를 평가하는 엄격한 심판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를 의미 있게 보냈는가?, 계획했던 목표를 다 이루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성취한 것보다 놓친 것에 더 집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90%를 해냈어도 남은 10%의 부족함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남은 며칠 동안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완벽주의적 강박은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고, 12월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연말은 업무 마감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 행사, 그리고 들뜬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감각적 자극이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HSP의 신경계는 이러한 외부 자극들을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더 빨리 지칠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고갈되어 가는데,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심리적 방어 기제가 무너지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짜증을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처럼, 들어오는 자극은 많은데 처리되어 나가는 배출구는 막혀버린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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