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숲속의 맑은 공기를 배달하다
영하의 칼바람에 대비해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섭니다.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고, 안도감과 함께 올라타는 순간, 예상치 못한 역습이 시작됩니다. 밀폐된 차 안을 가득 채운 후끈한 히터 바람, 사람들의 체온, 그리고 환기되지 않아 묵직하게 가라앉은 공기. 바깥은 시베리아 벌판인데, 버스 안은 한여름의 찜질방을 방불케 합니다. 급격한 온도 차이에 안경에는 뿌옇게 김이 서리고, 겹겹이 입은 옷 속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추위를 피하려다 더위와 답답함이라는 더 큰 복병을 만나는, 겨울철 출근길의 아이러니한 풍경입니다.
이 숨 막히는 공간에 갇혀 있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은 흐릿해지고, 생각의 속도는 느려지며, 마치 뇌에 젖은 솜을 채워 넣은 듯한 브레인 포그 상태가 찾아옵니다. 내려야 할 역을 놓치면 어떡하지?,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아. 불안감은 가슴을 더욱 조여오고, 얕은 호흡만이 간신히 이어집니다.
도심 한복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 수 없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환기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향기를 통한 뇌의 환기입니다. 빽빽한 침엽수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기는, 우리의 뇌에 "지금 너는 맑은 숲속에 있어"라는 새로운 감각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철 대중교통이 유발하는 감각 과부하의 원인을 살펴보고, 사이프러스(Cypress), 파인(Pine), 퍼(Fir, 전나무)와 같은 숲의 향기를 활용하여 나만의 휴대용 산소통을 만드는 법을 제안합니다. 이 청량한 향기들은 답답한 히터 바람을 뚫고, 당신의 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생명줄이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하의 바깥 날씨에 맞춰 혈관을 수축시키고 열을 보존하던 몸이, 갑자기 25도가 넘는 뜨거운 히터 바람을 맞닥뜨리면 자율신경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급격하게 혈관을 확장하고 열을 발산하려다 보니,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거나 뇌로 가는 혈류량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이 남들보다 더 민감한 초민감자에게, 이러한 급격한 온도 변화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현기증, 식은땀, 심계항진과 같은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어 산소 농도는 낮아지고, 사람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높아지는 환경입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산소 공급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뇌세포의 활동은 둔해지고, 이는 집중력 저하, 졸음, 두통, 그리고 멍한 상태인 브레인 포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기 질에 예민한 HSP는 이러한 산소 부족 상태를 더 빠르고 심각하게 감지하여, 본능적인 질식감이나 탈출하고 싶은 공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철 대중교통은 냄새의 용광로와도 같습니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먼지 섞인 히터 냄새, 두꺼운 외투에 밴 음식 냄새, 사람들의 땀 냄새, 그리고 이를 덮으려 뿌린 진한 향수 냄새가 뒤섞여 정체불명의 악취를 만들어냅니다. 후각이 예민한 초민감자에게 이러한 냄새의 공격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구역질이나 두통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 숨 쉬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는 순간, 호흡은 더욱 얕아지고 스트레스 수치는 치솟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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