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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의 거절 죄책감을 덜어주는 '단호함'의 향기

금요일 점심시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by 이지현

금요일 오전 11시가 넘어가면, 사무실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뀝니다. 누군가 "오늘 날씨도 좋은데 다 같이 나가서 먹을까?"라고 제안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쿵 내려앉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동료들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4일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진 업무와 관계 속에서 당신의 에너지는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간절한 것은 맛있는 맛집 음식이 아니라, 잠시라도 가면을 벗고 조용히 숨 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일 것입니다.

"저는 오늘 혼자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다시 꿀꺽 삼키게 되는 경험이 많으실 겁니다. 거절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무안함, 나를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두려운 마음, 그리고 혹시 모를 소외감에 대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결국,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무리를 따라나서며, 속으로는 아, 그냥 샌드위치 하나 사서 공원에 가고 싶었는데라고 후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와 나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 향기는 당신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굳건한 나무의 향기나 단단한 껍질을 가진 열매의 향기는, 당신의 내면에 단호함이라는 심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점심시간의 자유를 되찾고 싶은 당신을 위해,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향기로운 거절의 기술을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혼자 먹겠다는 말이 그토록 어려울까?

관계지향적 기질과 소속감의 욕구

초민감자는 타인과의 연결을 중요시하고, 집단의 조화가 깨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유대감을 다지는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지기에, 여기서 빠진다는 것은 곧 그 유대감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만 빠지면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당신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수 있지만, 동시에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거절을 거부로 받아들일까 봐 두려운 마음

우리는 종종 나의 거절이 상대방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내가 단순히 혼자 쉬고 싶은 것뿐인데, 상대방은 내가 싫어서 피하나?라고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것입니다. HSP의 깊은 공감 능력은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실망감까지도 미리 감지하고 증폭시켜, 정작 나의 정당한 욕구는 뒷전으로 미루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에 대한 절박함과 죄책감의 충돌

HSP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습니다. 오전 내내 과부하된 감각을 진정시키고 오후를 버틸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잠시 전원을 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절박한 생존 욕구가 이기적인 행동처럼 느껴져 죄책감을 유발할 때, 우리는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됩니다.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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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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