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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의 연말 조급증'을 막아주는 향기

다들 뛰어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by 이지현

달력의 마지막 장인 12월이 되면, 아침 출근길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날씨가 추워져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반 박자 더 빠르고, 표정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비장함이나 조급함이 서려 있는 듯합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뒷모습들조차 어딘가 분주해 보이고, 도시는 마치 거대한 마감 시간을 앞둔 프로젝트 룸처럼 팽팽한 긴장감으로 진동합니다. 이런 풍경 속에 서 있으면, 특별히 바쁜 일이 없는데도 왠지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곤 합니다. 남들은 저만큼 앞서 달려가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성과와 마무리에 대한 압박을 줍니다. 특히 타인의 감정과 사회적 분위기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초민감자(HSP)들에게, 12월의 들뜨고 분주한 에너지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화려한 연말 결산이나 성취들을 보며, 나의 일상을 초라하게 느끼고 "나도 빨리 무언가를 이뤄야 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급함은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욕구가 아니라, 외부의 속도에 휩쓸려 생긴 일시적인 마음의 감기일지도 모릅니다.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위해서는, 거센 물살을 버티고 서 있는 나무처럼 단단한 내면의 중심이 필요합니다.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비바람을 견뎌온 나무가 가진 묵직한 에너지는, 우리에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깊은 위로와 안정감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우디(Woody) 계열의 향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더우드와 히노끼의 깊은 향기는 당신의 발을 땅에 단단히 붙들어 매고, 당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되찾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왜 12월은 유독 우리를 불안하게 할까?

마감 효과가 주는 심리적 압박

12월 31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뇌에게 일종의 거대한 데드라인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본다면, 12월은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마감 직전의 시기인 셈입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나 책임감이 강한 초민감자들은, 이 시기가 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1년을 평가하고 검열하게 됩니다. 계획했던 일들을 다지 못했다는 자책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이 뒤섞여 신경계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해야 할 일의 양과 상관없이,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입니다.


집단적 불안의 전염

초민감자는 주변의 정서적 분위기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말의 거리에는 설렘도 있지만,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성과에 대한 압박, 새해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 수많은 감정들이 섞여 떠다닙니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이 미세한 조급함과 긴장감은 우리의 거울 뉴런을 통해 그대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특별한 불안 요소가 없더라도, 단지 붐비는 거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유 없이 마음이 바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빛의 부족과 생체 리듬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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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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