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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아침, 무거운 눈꺼풀

향기, 내면을 밝히는 액체 햇살

by 이지현

알람 소리가 고요한 침실을 가득 채우지만, 창밖은 여전히 깊은 밤처럼 캄캄합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해는 점점 늦게 뜨고, 우리는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해가 짧아진 계절의 변화일 뿐이겠지만, 빛과 어둠의 변화를 온몸으로 감지하는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이 어두운 아침은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이불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천근만근 무겁게 가라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아침을 맞이하는 설렘 대신, 무거운 짐을 지고 터널을 걸어가야 할 것 같은 막막함이 하루의 시작을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두운 아침에 유독 더 힘들어하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섬세한 신경계가 빛의 양에 따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남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빛은 우리 몸에 "이제 활동할 시간이야"라고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신호인데, 이 신호가 지연되거나 약해지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밤의 모드, 즉 휴식과 이완의 상태에 머무르려 하게 됩니다. 특히 겨울철의 부족한 일조량은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균형에 영향을 주어, 계절성 우울감(SAD)이나 기상 우울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두운 겨울 아침, 이 향기로운 빛을 활용하여 무거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깨우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탐구해 보겠습니다.




왜 어두운 아침은 우리를 더 힘들게 할까?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엇박자

우리의 수면과 각성 주기는 빛에 의해 조절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빛을 받으면 기분을 좋게 하고 각성을 돕는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하지만 해가 늦게 뜨는 겨울 아침에는 우리가 기상해야 할 시간에도 여전히 어둠이 지속되어, 멜라토닌 분비가 멈추지 않고 세로토닌 분비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뇌는 여전히 밤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우리는 잠에서 깼지만 정신은 몽롱하고 몸은 무거운 수면 관성 상태를 더 길고 깊게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는 이러한 호르몬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여, 그 영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계절성 정서 장애(SAD)의 가능성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 우울감, 피로감, 과수면, 식욕 변화 등의 증상을 겪는 것을 계절성 정서 장애(SAD)라고 합니다.


HSP는 환경적 요인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아침의 어둠은 단순히 시각적인 어두움을 넘어, 심리적인 위축감과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적 변화는 아침에 일어나는 행위 자체를 거대한 도전으로 만들고, 하루 전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시각적 단서의 부재와 생체 시계의 혼란

우리의 뇌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 정보를 통해 하루의 시작을 인지하고 생체 시계를 재설정합니다. 하지만 창밖이 어두컴컴하면 뇌는 아침이 왔다는 시각적 확신을 얻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야 해"라는 이성적 판단과 "아직 캄캄한데?"라는 감각적 정보 사이의 불일치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코르티솔 수치를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선호하는 HSP에게 이러한 환경적 불확실성은 미세한 불안을 일으키며, 편안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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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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