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감정의 침투를 막아내는 투명한 방패
기분 좋게 집을 나섰는데, 만원 지하철에서 내릴 때쯤이면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이유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불쾌한 일을 겪은 것도 아닌데, 꽉 막힌 도로 위에 서 있는 동안 가슴이 답답해지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분명 나의 기분은 괜찮았는데, 어느새 주변 사람들의 한숨 소리, 날 선 눈빛, 조급한 몸짓들이 내 안으로 스며들어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내가 느꼈던 평온함은 사라지고, 타인의 불쾌감이 마치 내 감정인 양 자리를 잡는 순간들입니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물드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줄 에너지적 방패일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심리적으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이프러스와 주니퍼 베리와 같이 정화와 보호의 힘을 지닌 향기를 통해,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내게 스며들지 않고 미끄러져 나가도록 돕는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해 보려 합니다. 향기는 당신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형성하여,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당신만의 평온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초민감자의 뇌는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관찰할 때 반응하는 거울 뉴런 시스템이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고 슬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자질이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누군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 우리의 뇌는 그 표정을 모방하고 그 감정을 시뮬레이션하여 순식간에 그 사람의 불쾌감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타인의 감정 상태가 내 안으로 전이되는 이 과정은, 인파 속에서 급격한 피로를 느끼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HSP는 종종 타인과 나 사이의 심리적 경계선이 얇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에너지가 내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는 필터가 느슨하여, 주변의 분위기나 감정 기류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 위 운전자들의 조급함, 쇼핑몰 인파의 들뜨면서도 피로한 기운 등이 나의 고유한 감정과 뒤섞여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디서 끝나고 타인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모호해지는 순간, 우리는 나의 감정을 지키기보다 타인의 감정에 압도되어 에너지를 뺏기게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는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 정보가 폭발하는 곳입니다. 초민감자의 뇌는 이 모든 정보를 세밀하게 처리하느라 이미 과부하 상태에 놓이기 쉽습니다. 뇌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감정적인 방어를 할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지치고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 파동에 저항하기가 더 어려워지며, 평소라면 흘려보냈을 짜증이나 불쾌감이 더 깊이 박히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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