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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자리 동료의 한숨 소리가 내 가슴을 누를 때

타인의 감정에 전염되지 않는 '향기 방어막'

by 이지현

월요일의 분주함이 지나고 본격적인 업무가 몰아치는 화요일 아침, 사무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옆 자리 동료가 무심코 내뱉는 깊은 한숨 소리, 혹은 누군가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탁탁거리는 소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사무실의 배경음 정도로 여겨질 이 소리들이, 당신의 귀에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거나 심장을 직접 타격하는 물리적인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당신의 몸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상대방의 답답함이나 짜증이 보이지 않는 끈을 타고 당신의 가슴으로 고스란히 옮겨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덩달아 눈치가 보이고, 내 기분까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타인의 감정이 소리나 분위기를 통해 나에게로 흘러들어오는 현상을 정서적 전염이라고 합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초민감자(HSP)의 뇌는 타인의 감정 상태를 마치 나의 것처럼 생생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경향이 있어,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유독 취약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파티션을 더 높게 칠 수 없다면, 우리는 심리적이고 감각적인 파티션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향기는 나와 타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안전한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란스러운 타인의 감정 속에서도 나만의 평온을 지키는 향기로운 보호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소리에 유독 민감할까?

청각적 과민성과 신경계의 반응

초민감자는 시각이나 촉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매우 예민한 경우가 많습니다. 뇌의 청각 피질이 소리 자극을 더 깊고 세밀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작은 소리도 크게 증폭되어 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한숨 소리나 날카로운 타자 소리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이 실린 소리는,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즉각적인 경계 태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뇌는 이 소리를 잠재적인 위협 신호로 해석하고, "지금 주변에 화난 사람이 있어, 조심해야 해"라고 경고를 보냅니다. 이로 인해 심박수가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되며,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는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게 됩니다.


거울 뉴런과 자동화된 공감

우리의 뇌에는 타인의 행동을 볼 때나 소리를 들을 때 활성화되는 거울 뉴런이 있습니다. 옆 사람이 하품하면 나도 하품하게 되는 것처럼, 옆 사람이 한숨을 쉬면 나의 뇌도 무의식적으로 그 답답함을 따라 느끼게 됩니다. 초민감자는 이 거울 뉴런 시스템이 매우 발달해 있어, 타인의 감정 상태를 모방하고 느끼는 과정이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저 사람의 기분에 신경 쓰지 말자"라고 다짐해도, 뇌는 이미 상대방의 감정 데이터를 처리하고 내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훌륭한 공감 능력의 기반이 되지만,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나를 소진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경계의 부재와 에너지의 혼합

초민감자는 타인과 나 사이의 심리적 경계가 얇고 투과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이는 타인과 깊이 연결될 수 있게 해주지만, 반대로 원하지 않는 타인의 에너지가 내 안으로 훅 들어오는 것을 막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뚜렷한 경계가 없을 때,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너와 나의 감정이 뒤섞인 혼탁한 에너지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이 아닌데도 내 것처럼 느껴지는 혼란스러움은 바로 이 경계의 부재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에너지적인 분리가 필요합니다.




향기,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형성하다

후각적 주의 전환과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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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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