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머릿속 뇌가 보내는 용량 초과 신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신경계

by 이지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개운함보다는 묵직한 피로감이 먼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동안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업무 정보, 동료들과 나누었던 대화의 여운, 그리고 미처 소화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꽉 차서 "용량 부족" 경고 창이 뜨는 것처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공간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뇌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파업을 선언한 듯 멍해지거나, 아주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기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정보 과부하는 꽤 자주 찾아오는 불청객입니다.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자극이나 정보들까지도 깊고 세밀하게 처리하는 우리의 뇌 특성상, 같은 양의 정보를 접해도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몇 배나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뉴스, SNS의 알림, 주변 사람들의 감정 변화까지, 이 모든 것이 처리되지 못한 채 뇌 속에 쌓이면 결국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머리가 아픈 것을 넘어, 심리적인 불안감과 신체적인 무기력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듯, 과부하 된 뇌에도 환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보 과부하로 지친 당신의 뇌를 위해, 묵은 생각들을 배출하고 머릿속에 여유 공간을 확보해 주는 브레인 디톡스 아로마테라피를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왜 우리의 뇌는 수요일쯤 멈춰버릴까?

깊은 정보 처리와 캐시 메모리의 누적

초민감자의 뇌는 정보를 단순히 입력-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보와 연결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깊이 있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고성능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것과 비슷해서, 뇌의 리소스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에너지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생각의 부산물들이 제때 정리되지 않고 쌓이다 보면, 수요일쯤에는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거나 일시적인 정체 현상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감각 정보의 홍수와 필터링의 피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감각 자극에 노출됩니다. 사무실의 소음, 컴퓨터 화면의 빛, 지하철의 냄새 등. 초민감자의 신경계는 이러한 자극들을 걸러내는 필터가 헐거워서, 불필요한 정보까지도 일단 뇌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는 이 수많은 자극들 중에서 중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분류하느라 끊임없이 에너지를 씁니다. 주 중반이 되면 이 분류 작업에 지친 뇌가 "이제 그만 들어와!"라고 외치며 문을 닫아버리고 싶은 상태, 즉 감각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멍해지거나 짜증이 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미결 과제에 대한 인지적 부하

"이건 아직 해결 안 됐는데...", "저건 어떻게 하지?"와 같이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생각은 뇌의 작업 기억 용량을 계속해서 차지하게 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의해, 우리의 뇌는 완료된 일보다 미완성된 일을 더 잘 기억하고 신경 쓰게 되는데,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려는 HSP에게는 이런 미결 과제들이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는 이 백그라운드 앱들이 뇌의 가용 용량을 줄어들게 만들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19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옆 자리 동료의 한숨 소리가 내 가슴을 누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