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경계를 다시 세우는 울타리 아로마

거절을 못 해 내 일만 산더미라면

by 이지현

월말이 다가오면 사무실의 공기가 한층 분주해지고, 그 틈을 타 은근슬쩍 넘어오는 부탁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힘듦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우리 초민감자에게는, "너무 바빠서 그러는데 이것 좀 부탁해"라는 동료의 말이 거절하기 힘든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나둘 받아주다 보니 정작 내 업무는 시작도 못 하고, 남들의 몫까지 떠안아 홀로 야근을 자처하게 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나를 희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나를 위한 건강한 관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요구에 휘둘려 무리하게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은, 결국 내 에너지의 둑을 무너뜨려 급격한 소진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명확히 긋고 지키려는 마음의 단단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타인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티트리와 사이프러스 향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곧고 바르게 자라는 나무의 기운을 담은 이 향기들은, 무너진 마음의 경계를 다시 세우고 에너지 영역에 튼튼한 울타리를 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향기가 만들어준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고, 오롯이 나의 업무와 내 시간에만 집중하는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말의 산더미 같은 업무와 거절의 딜레마

부탁을 수락한 직후 밀려오는 자책감

동료의 부탁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왜 또 받아줬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곤 합니다. 나의 업무량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그것을 초과하는 짐을 떠안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책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갉아먹고, 일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심리적 압박

거절을 하면 상대방이 상처받거나 관계가 서먹해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좋은 동료,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존 본능보다 앞서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나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태도가 결국 나를 소진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내 일과 남의 일의 경계가 무너진 혼란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책임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팀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경계가 흐릿해지면, 결국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 업무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경계를 무너뜨리고 과도한 짐을 지게 만듭니다.




감정적인 동요와 과인 공감

과잉 공감이 부르는 경계의 해체

상대방의 급박한 상황이나 힘든 표정을 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인 동요가 먼저 일어납니다. "오죽하면 부탁할까"라는 생각에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상대의 감정에 동화되어 버립니다. 이러한 과잉 공감은 나와 타인 사이의 안전한 펜스를 허물어뜨려, 원치 않는 침입을 허용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갈등을 회피하려는 본능적인 방어

거절 뒤에 따라올지 모르는 미묘한 긴장감이나 갈등 상황을 극도로 피하고 싶어 합니다. 불편한 공기를 견디느니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다고 타협해 버리는 것입니다.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지키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어, 부당한 요구조차 묵인하게 되는 패턴이 고착화되곤 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과대평가하는 착각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겠지"라며 자신의 에너지 총량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순간적인 의욕이나 책임감으로 받아들이지만, HSP의 에너지는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하기에 금방 방전되기 쉽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는 결단

관계의 독소를 제거하는 소독 효과

티트리는 상처를 소독하듯, 관계 속에 스며든 의존이나 착취의 구조를 정화해 줍니다. 나를 이용하려는 의도나 죄책감을 자극하는 부탁들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걸러내는 심리적 필터 역할을 합니다. 끈적하게 달라붙은 불필요한 인연의 고리를 끊어내고 담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힘이 있습니다.


흐릿한 의사를 선명하게 만드는 명료함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리는 대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도록 돕습니다. 티트리의 톡 쏘는 향기가 머릿속을 맑게 하여, 핑계를 대지 않고도 "지금은 어렵습니다"라고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복잡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에 근거하여 의사소통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됩니다.


나를 지키는 면역력 강화

신체의 면역력을 높이듯 마음의 면역력도 키워줍니다. 타인의 실망이나 비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 거절 후에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보호해 줍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자각하게 해 줍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

감정의 홍수를 막아주는 제방

부탁을 거절할 때 올라오는 미안함이나 불안감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해 줍니다. 사이프러스는 과도한 수분을 배출하고 흐름을 조절하는 특성이 있어, 감정에 휩쓸려 이성적인 판단을 놓치지 않게 돕습니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하여 중심을 잡게 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곧은 에너지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수처럼,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게 합니다. 기분에 따라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거절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도록 지지해 줍니다. "내 업무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됨을 깨닫게 합니다.


외부의 바람에 꺾이지 않는 유연함

강하기만 하면 부러질 수 있지만, 사이프러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가졌습니다. 거절을 하되 부드럽고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한 태도를 잃지 않는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게 돕습니다.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키는 지혜를 전해줍니다.




부탁이 들어올 때의 대처

즉답을 피하고 멈추는 호흡

누군가 부탁을 해올 때, 습관적으로 "네"라고 대답하기 전에 3초간 멈춥니다. 티트리 향을 살짝 맡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이 짧은 멈춤은 반사적인 수락을 막고, 내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잠시 스케줄 좀 확인해 볼게요"라고 말하며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발바닥에 집중하며 중심 잡기

상대방의 애원하는 눈빛에 마음이 약해질 때, 발바닥이 땅에 닿아있는 감각에 집중합니다. 사이프러스의 나무 향을 떠올리며 내 다리가 땅속 깊이 박힌 나무라고 상상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하체로 내려보내고,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의 의사를 밝힙니다.


죄책감을 분리하는 객관화

거절 후 마음이 불편하다면, "나는 사람을 거절한 게 아니라 상황을 거절한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줍니다. 티트리의 향기로 불편한 감정을 씻어내듯 호흡하며, 타인의 짐을 내가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상기합니다.




거절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알고 나를 존중하는 가장 건강한 표현 방식입니다. 내가 나를 먼저 존중할 때, 타인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하게 됩니다. 당신의 단호함은 관계를 끊는 칼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선이 될 것입니다.

혹시 또 무너져서 부탁을 들어주었더라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티트리와 사이프러스는 언제나 당신 곁에서 다시 울타리를 보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남들의 짐을 대신 지고 끙끙대던 하루가 아니라, 내 몫의 짐만 가볍게 지고 당당하게 걸었던 하루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누구의 희생양도 아닌, 당신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내일은 좀 더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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