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커리어, 트랙에 대한 단상 (3)
국내에도 재능 있는 건축가들과 대형 설계사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내가 처음 조병수 건축연구소에서 유학을 결심할 때만 해도 미국 건축석사 유학은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방향이었다.
전문직 라이선스가 필요한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야 하는데 라이선스가 있음에도 유학을 나가는 이유는
퍼스널 브랜딩의 하나 그리고 국내에는 몇 없는 세계적인 대가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는 경력한 줄의 중요함을 알아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때부터 커리어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석사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럽 일본 등 건축강국으로의 유학은 나의 경험이 아니니 제외하고 가장 일반적으로 미국 석사 유학을 생각하는 이는 Master of Architecture (건축학 석사)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또 학부 전공이 BArch (5년제 건축학 학사) 였는가 아닌가 혹은 타전공이었으냐에 따라 두 가지 선택으로 나눠지는데 로스쿨, 메디컬스쿨처럼 학부를 다른 전공을 한 이도 미국 건축대학원에서는 흔히 보인다. 내 동기 중에는 발레를 하든이, 목수를 하던 친구처럼 나이와 관심사의 다양성이 참으로 중요한 기준이고 그 해 Cohort의 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미국 건축사 자격증인 AIA를 명함에 붙이기 위해서는 3년 과정에 진학하게 된다.
여기서 내가 귀국하여 “교수”에 뜻이 있다 하는 이들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보통 Environmental/Sustainability 혹은 건축 역사학을 전공하여 박사과정까지 진학을 한다. 국내 설계사에서 실무를 하시고 석사를 오신 A형의 경우 환경공학 쪽으로 온 경우 혹은 아예 석사를 건축역사학으로 두 번 하여 논문을 집필하고 국내 리턴을 생각 중인 전략적 사례도 보았다.
일반적인 건축가를 지향하는 이라면, 미국의 체류신분 그리고 앞으로의 취업등을 고려할 때 MArch를 선택한다. 미국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전공이 졸업 후 초기 3년의 체류를 허락하는데 (다른 학과는 1년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귀국을 하는 이유는 80%는 체류신분의 문제란 점을 생각해 볼 때 커리어 트랙의 첫 선택은 이미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서 정해진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건축회사 선택하기
예전 글에서 적었듯이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 기준은 솔직히 말하면
(1) 유명세 (2) 규모 (3) 페이였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 도시 혹은 국가를 고려하여 뉴욕이나 시카고 회사를 지원한다
이 세 가지 기준에는 몇 가지 생각이 있는데
(1) 공부를 하다 보면 동기들과 자주 거론하는 회사 이름들이 있는데 그 작품을 좋아하거나, 디자인 업계에서 알려진 회사가 있기 마련. 추후 설계 스튜디오에서 가르칠 생각이 있다면 BIG, DA+R 등 학생들 사이에 유명한 건축가 혹은 교수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 이는 이 건축가들이 가진 학계로의 영향력인데 내실 있는 지역 회사에 입사할 경우 실무 커리어에는 월등한 역량을 기를 수 있겠지만 암묵적으로 ”티칭“을 하려면 이 학교, 이 회사 이상은 다녀야 한다는 기류가 존재하긴 한다. SOM의 경우 대형사임에도 디자인을 잘한다는 인식이 있기에 스튜디오 크리틱으로도 종종 보이긴 한다.
규모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나의 경우 한국에서 아틀리에, 중소기업, 영국에서 스타키텍트에서 일을 해보았으나 대형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사하고 싶어 하는 Starchitect (snohetta, herzog etc)의 경우 유럽의 건축가들이 미국지사를 설립한 경우 외국인을 뽑는 게 희박한 점. 추후 비자 관계상 기업형 회사여야만 H1B 스폰서를 무탈하게 해 준다는 점 (그린카드까지 생각하기엔 너무나 실패사례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전문 설계영역 - 예를 들어 스타디움을 전문적으로 하는 populous 혹은 super tall을 전문적으로 하는 SOM 등이 이런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희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흐르기 마련이다.
사실 현실을 말하자면 실제로 졸업을 할 시기인 5-6월이 되면 오퍼를 받은 그룹, 아직 찾는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말을 조심하게 된다. 한국에서 알려진 미국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던 이들도 평소 관심도 안 가지던 회사들에게 리젝 레터를 받고 우울감에 빠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모두가 원하는 대형사, 유명 디자인회사 희망하지만 사실 학생들에겐 규모의 선택권이 없는 법이다. 나의 경우에도 코로나로 채용이 축소될 때 졸업을 하게 되어 생각보다 험난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첫 회사는 보스턴에 있는 higher education / science를 전문으로 하는 200명 규모의 설계사였는데 입사해 보니 잘 갖춰진 시스템 등으로 놀랐던 기억이 있고, 장기적으로 영주권 등을 신청하기엔 경쟁이 심한 유명회사들보다 내실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적으로 같이 일하던 한국인들도 영주권을 무리 없이 받고 다음 커리어로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본인이 residential을 하고 싶은지, cultural 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 science 쪽으로 특화되고 싶은지에 따라서 1-3년 차에 한 번은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첫 회사선택에 규모는 아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주니어 때 이직을 하지 않는 경우 대형사에서 아뜰리에로, 소형에서 대형사로 가는 데는 스킬 셋과 실무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네트워킹과 타이밍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형의 장점은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서 쌓는 지식은 제한적 일지 몰라도, 대규모 대형 프로젝트 설계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에 따른 성장의 단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이후 유관산업에 이직함에 있어 transition 이 될 디자인, 프로젝트 매니징, 비즈니스적인 시야를 기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이건 몸소 부딪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