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영국 런던에서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 리처드 로저스의 디자인을 보며 자라온 건축학도에게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 물어본다면 모두들 한 목소리로 미국 동부의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Yale School of Architecture)라고 할 것이다. 위 두 거장이 졸업한 유서 깊은 학교이기도 하고, 모두들 미국 하면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생각하지만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하는 별종들도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소수의 특별함을 원하던 친구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이 건축대학원을 두 번 지원했었고, 처음은 waitlist로 탈락을 했고 두 번째 지원한 겨울날 몰래 넣은 원서 끝에 합격통보를 받고 집에 전화할 때가 생각난다. 두 번의 지원에서 바뀐 것, 즉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차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정말 아는 동생들한테만 해주는 이야기이긴 하다-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좌측에 내가 걸어둔 태극기가 보인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
사실 건축대학원을 다시 지원할 때는 Waitlist였다는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였다.. 처음 건축대학원을 지원할 때는 포트폴리오, 3장의 추천서 GRE 점수, 자기소개서가 필요한데 다시 재지원할 때는 1장의 추천서만 추가로 제출하면 된다. 포트폴리오는 정말 건축대학원 지원에 있어 중요한데 일을 하면서 준비하는 건 어불성설, 두 달 넘게 걸리는 것은 기본이었기에 이미 유펜에서 학기를 시작한 나에게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시간은 없었다. 대신 건축역사학 수업을 들으며 깊게 고민하던 내용들을 녹여내어 자기소개서만 수정하여 제출하였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비판적 사고는 처음 지원 시와 두 번째 합격 시 자기소개서를 구분하는 대주제였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잘 살아왔고 어떤 과정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나열하는 단순한 글과 내 생각과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시선으로 “까내려가던” 글의 차이랄까.
어느 나라, 국가에서도 고유의 문화의 Seed 가 존재하고 이를 연결하는 게 건축가의 역할이다라는 논문을 읽고 나서 대한민국의 파괴된 고유성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고, 우리 선배세대의 최선, 즉, 그들이 전쟁직후 외국에서 배워온 모더니즘이 어쩌면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과 역설적으로 고유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라며 아주 신랄하게 비판들을 적었었다.
정말 존경하는 선배 건축사분들이시지만 내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얻어가고 싶은 것은 어떻게 무너져버린 고유성을 재구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어필했던 것이 두 번의 지원에서 유일한 차이점이었고 미국이란 나라에서 학생들이 가지는 디자인 리더십의 주체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