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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M과 P의 사례

by 정현재

디자인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건축 설계를 잘한다는 말의 본질을 자주 고민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초기 계획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정확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며, 프로젝트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설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아름답고 효율적인 건축물이 탄생하는 순간은 실현 단계에 달려 있다. 그 실행력이 건축가의 역량에 속하는 걸까?


최근 샌디에이고의 컨피덴셜 프로젝트에서 규모 검토 용역을 수행하며 프린시펄 M과 학교 선배인 디렉터 P, 그리고 나로 이루어진 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M 사장과는 지난 3년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협력해 오며 일관된 업무 스타일과 호흡을 맞춰왔고, P 디렉터와도 이전에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어 큰 기대를 가졌다. 특히 M과 P가 함께 일하는 모습은 사무실에서도 거의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 이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팀 인력이 축소되고 새로운 조합이 형성되면서 가능해진 시도이다.


M 사장과 디렉터 P는 다른 색채의 디자인 리더십과 건축가의 역량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디렉터 P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오비완 케노비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마케팅 백그라운드. 예일에서 건축석사를 졸업한 그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젊은 디렉터 중 하나로 공항 프로젝트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언어적 소통을 탁월하게 이끌어가며 확실한 디자인 사고와 결과물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명확한 스코프와 일정 관리보다는 디자이너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스타일이다. 이는 자유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M 사장은 마블 시리즈의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로키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금융가처럼 수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건축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춘 그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건축가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는 단순히 고객의 디자인 요구를 넘어 건축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높은 스탠더드를 지닌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그의 빠르고, 철저함과 깊이 있는 사고는 주변인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특히 미팅에서의 임기응변과 리더십은 나에게 너무나도 배우고 싶은 역량이다. 반면, P 디렉터와 M 사장이라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리더와 함께 일하는 것은 나에게도 다른 의미의 챌린지로 다가왔다.



사실 이번 주제의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두 디렉터들의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에 대해 배우며 깊은 인상을 받은 순간들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특히, 지난 금요일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미팅에서 M 사장의 매니징 스타일에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고, 심지어 클라이언트가 미팅 후 깊은 감사의 메시지와 함께 추가 협업을 요청한 것이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 시간의 미팅 속에서 발견한 역량과 태도들은 다음과 같다.


1. 실수를 인정하는 것

2.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전문성을 이해하는 것

3. 상대방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

4. 공통의 난관과 문제를 인식하고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는 것

5.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

6. 여러 선택지 중 추진 의지를 분명히 표현하는 것

7. 타협과 양보, 그리고 발전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것


이렇듯 건축가로서의 역량과 디자인을 잘한다는 의미는

단순하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그리는 능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이해와 과정들에 대해 공유할 생각을 하며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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