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초고층의 챌린지

by 정현재

건축 36계: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200m에 이르는 초고층 프로젝트 S의 가장 큰 디자인 장벽은 무엇일까? 이를 과일에 비유하자면, 과일의 씨앗이 커질수록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과육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초고층 건축물 역시 이와 유사한 논리가 적용된다. 이와 같은 건축의 씨앗에 해당하는 부분은 코어(Core)이다. 초고층 건축에서 코어란 수직 동선과 각종 설비를 포함한 기능적 중심부를 의미하며, 이 코어의 면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이는 단순히 코어를 작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요구와 공간적 효율성, 그리고 구조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복잡한 과제를 포함한다.


효율성이란 단순히 공간의 낭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설계의 모든 측면에 관여하는 개념이다. 초고층 건축에서는 형태, 배치, 구조 시스템, 외피 디자인 등 모든 요소가 기능적 요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코어 면적을 최적화하면서도 건축물의 전체적인 형태를 독창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초고층 건물의 설계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코어 디자인과 외형 디자인을 병렬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어 설계는 기술적 도전뿐만 아니라 미적 고려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초고층 건물은 주변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도시의 상징적 요소로 자리 잡기 때문에, 단순히 기능적 요구만 충족해서는 안 된다. 형태와 기능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조 공학자, 설비 엔지니어, 도시 계획가, 그리고 건축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협업 과정을 통해 최적의 코어 배치가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물의 전체적인 콘셉트가 구체화된다.


미스 반 데 로에가 말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명언은 초고층 건축 설계에서 특히 설득력을 가진다. 외관의 아름다움이나 형태적 독창성만으로 건축물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설계가 제시하는 기능적 한계와 규모의 적법성을 검토해야 한다. 초고층 건축은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기술적 성취와 미학적 표현을 통합하는 복합적인 도전이다.


코어 설계가 효율적이지 않다면, 프로젝트는 경제성과 공간 활용 면에서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코어 면적이 과도하게 크다면 사용 가능한 유효 면적이 줄어들고, 이는 곧 건물의 임대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코어를 지나치게 축소하면 구조적 안정성과 설비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코어의 크기와 배치를 최적화하는 동시에, 주변 공간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초고층 건물이 단순히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초고층 건축은 그 자체로 도시의 상징적 존재가 되며, 이는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적 가치를 재정의할 잠재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건축물은 도시적 맥락과 환경적 조건에 맞춰져야 하며, 이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코어 디자인과 외형 디자인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초고층 프로젝트 S의 디자인 장벽은 단순히 구조적이거나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선다. 효율성과 미학, 경제성, 그리고 도시적 기여도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철학은 이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설계 접근법의 본질을 잘 나타낸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설계는 단순히 건축물을 짓는 것을 넘어, 도시와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적의 전략을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