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재난, 핵전쟁, 체포의 위협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할까? 이 질문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인류가 도시를 건설한 이래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문제다. 과거에는 성벽과 요새가 그 해답이었고, 현대에는 지하 벙커, 패닉룸, 방공호(bomb shelter) 같은 시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점점 복잡해지는 도시 환경과 사회적 불안 속에서 이러한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처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진이나 화재뿐만 아니라, 전력망 마비, 대규모 소요 사태, 생화학적 위협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건축물 내부에 안전한 피난 경로와 대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국가에서는 고층 주거 및 업무용 건물에 일정 규모 이상의 방재 공간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법제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로젝트 S는 단순한 공간 설계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도 건축물이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기본적인 주차 공간과 기계실을 확보하면서도,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삼차원적 공간 기획이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상부 타워의 디자인과 구조가 실시간으로 변경되면서, 하부 공간의 피난 경로와 방호 시설도 끊임없이 조정해야 했다.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춘 건축은 단순한 설계 변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건축가들은 기본적인 피난 시설을 마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건축적 전략을 고민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의 마지막 계책, ‘주위상(走爲上)’이 떠올랐다. 이는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건축에서 ‘도망’이란 단순한 퇴각이 아니다. 건축적 전략으로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 즉 안전한 피난 경로를 확보하고 위기 대응이 가능한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주위상’이 의미하는 바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S에서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한 설계 전략이 도입되었다.
1. 효율적인 피난 경로 확보 – 건물 내 피난 경로를 단일 통로에 의존하지 않고, 다중 경로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상계단과 피난 엘리베이터는 서로 다른 구역에 분산 배치되었고, 정전이나 붕괴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자동 개방형 탈출구가 마련되었다.
2. 방호 구역 및 생존 공간 설계 –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자급자족형 공간이 포함되었으며, 방탄유리와 폭발 방지 벽체, 고기밀 공기 정화 시스템, 내진·내화 성능 강화 구조 등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히 특정 프로젝트에서만 적용될 개념이 아니라, 앞으로의 도시 건축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현대의 도시 환경에서는 단순한 피난 경로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축물 자체가 위기 상황에서도 기능할 수 있도록, 건물 내부에 독립적인 생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비하는 건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건축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위상(走爲上)’은 단순한 퇴각이 아니라,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