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다고?
치료라는 말과 치유라는 말이 있다. 물리적으로 병을 고친다는 의미로 ‘치료’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정신적으로 병을 낫게 한다는 의미로 ‘치유’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에게 신체적인 병이 있었고, 그것이 낫는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병 때문에 받은 상처로 인하여 신경증(노이로제, neurosis) 환자가 되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지금 물리적인 병을, 또는 장애의 후유증을 치료해도, 이미 받은 정신적인 상처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은 어떠한 사건, 사고, 병 등의 아주 다양한 원인으로 신경증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신경증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치유)가 필요하다.
어릴 적 나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잔인했던 말이 있다.
“그래도 너는 이만큼만 다친 게 어디니. 더 크게 다치는 사람들도 있으니 너는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은 없다는 것이다. 불행은 불행일 뿐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심리 상담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만약 당신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당신과 같이 살지 못했을 거예요. 큰일을 겪었고, 대단히 강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불행을 다행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내가 겪은 불행을 인정하고, 공감받았을 때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상담사에게도 바라기 힘든 일일뿐더러, 상담사의 역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상담사는 상담을 통해서 내가 나의 감정을 알아주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다행인 것은 남이 나를 공감해줄 때뿐만 아니라 내가 나를 위로해줄 때도 치유는 일어난다. 우리는 그렇게 심리 치료를 시작하고,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