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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건 무엇일까요?

육체 건강과 같아요.

by 노을

정신건강을 챙기라는 말, 이제는 흔하디 흔한 그런 말이 되었다. 그만큼 정신건강이 중요하게 된 세상이 왔거나, 그만큼 정신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세상이 왔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병에 걸려 아파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고. 그런데 육체 건강은 챙길 줄 알면서, 정신건강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간단하다.



정신건강은 신체건강과 똑같다. 어떻게 보면 상처가 눈에 보이고 안 보이는 차이 빼고는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신은 신체와 연결되어 있어, 신체가 아프면 정신도 아플 가능성이 커지고, 정신이 아프면 신체가 아플 가능성이 커진다. 생각보다 이 둘은 공통분모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 둘이 원수인 줄 알고 살아간다.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육체와 정신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체를 쓰고, 일을 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정신도 그대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니다. 원수여도, 절친이어도 뭐라 이름을 붙여도 좋지만, 과유불급. 과하면 탈이 난다. 물론 서로 너무 친해도 문제이긴 하다. 그러니 적절한 거리감을 가지고, 적절한 친근감을 가진 사이. 가족관계와 유사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선택되었고, 선택된 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나도 가까우면 꼭 탈이 나고, 서로에게 너무나도 멀면 외로워진다. 다루기 가장 힘든 대인관계 중 가족관계처럼 우리의 몸과 정신도 그러하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씩은 그러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학교에 가기 싫어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정말로 계속 배가 아프다가 학교 갈 시간이 지나면 하나도 아프지 않은 그런 순간.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아팠는데 괜찮아지는 그런 일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약효과(플라시보 효과).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혹은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왜일까? 신체만 아파도 서러운데 정신도 아프게 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괴로운데 신체까지 아프면 얼마나 서러울까?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일 것이다. 과거에서 멈췄으면 하는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것이라서, 이렇게 글이라도 보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 또한 그랬으니까. 헤매고, 뒤지고, 찾아보고. 그러나 그 어디서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나의 추측으로는 항상 성립되는 것은 없다. 언제나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고,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고, 육체와 정신은 그저 상호 존재한다. 교집합이 있는 채로, 아주 동등하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 어떤 것도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영향만 줄 뿐. 내가 살아온 삶에서는 그랬다.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신체가 망가져 버린 상태이기도 하다. 신체가 망가질 만큼 영향을 받은 상태. 정신건강이 나쁘다는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즉 정신이 괜찮은지, 건강한지 보기 위해서는 육체를 보면 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생활하는지 그 아주 단순한 것들은 정신건강의 지표이다. 물론 육체가 먼저 망가져, 정신도 같이 무너져내리는 경우도 있다. 혹은 아주 건강한 사람은 정신이 무너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영향은 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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