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치료는 심리상담 말고도 많아요.
약물치료로 분명 다양한 증상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약물로만 치료되는 증상들도 있고, 약물로 안정되는 증상들도 있다. 하지만 약물은 증상을 완화해주는 것이지,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상태가 나아지길 원한다면 말이다. 아픈 상태에서 얻는 편안함과 안락함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낫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심리상담 등의 심리치료, 조금 더 명확히 말하면 정신적 외상에 대한 감정의 해소와 그 외상으로부터의 공감과 지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신경증의 상태는 정신적 외상에서 감정이 해소가 되지 않았고, 그 사건으로 인한 타인의 또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인정도, 위로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신경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신적 외상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쩌면 그 외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나도 정확히 어떤 심리적 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증상을 알았을 뿐, 원인은 항상 모호했다. 나의 경우에 교통사고 트라우마라고 하기에는 차만큼 사람도 무서웠다. 그렇기에 교통사고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충격을 받기도, 헤매기도 했다.
때로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기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과정일 뿐이다. 그래야 나을 수 있다. 이때 회피한다면 더 오랫동안 신경증을 앓아야 할 것이다. 물론 뒷걸음질 치다 치료가 되는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내가 힘들어도 심리 치료를 고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더 오래 이 상태가 유지된다. 무엇이라도 해야 변화가 있으니까. 감정의 해소도, 스스로 가지는 감정에 대한 인정과 위로도, 아직 하나도 얻지 못했다. 여전히 얻고자,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료를 시작한 지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가 나를 외면했던 시간은 대략적으로 잡아도 10년이 넘는다. 4년이라는 세월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10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4년의 세월 동안 내가 이룬 것은 감정을 쳐다보고, 느끼겠다는 다짐과 깨져버린 감정의 차단기의 버튼이었다. 이제야 나는 내 감정을 느끼고 말하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 일상에서는 무리지만, 적어도 치료과정에서는 내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었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나는 신경증을 낫게 하는데, 내가 외면해온 만큼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6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6년 뒤에 나아질 수 있다면, 끝이 있는 상처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심리 상담을 하였을 때, 나의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고, 이후 나는 내 문제가 심리상담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임시방편의 느낌도, 해결책의 느낌도 사라졌다. 그저 나를 감정 속으로만 내몰아치는, 그래서 위험하기만 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안전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으면서, 안전하게 내 방어기제를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 내 무의식이 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해석하지 못하지만 중요한 그런 행동의 의미들을 알아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교통사고만이 이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이 엉켜버린 내 인생을 풀어야 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다른 여러 심리 치료들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여러 심리치료들의 이야기는 뒷장에 이어질 것이다. 개인 심리 상담, 집단 심리 상담, 정신분석[심리 서사 분석], 인지 행동 치료, 사이코 드라마, 연극치료, 정신과 입원 치료, EMD&EMDR.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찾아볼 수 있는 방법들은 다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낫고 싶지만, 낫는 방법은 모르겠어서. 무엇이든 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낫고자 한다면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경증의 상태라면. 하지만 신경증을 너무 오래 방치하거나, 크나큰 일들이 많아 정신증의 단계로 옮겨갔다면 꼭 약물치료와 같이 심리치료를 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단순히 정신적 외상들의 공감과 지지로 해결하는 것은 신경증까지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물론 어느 쪽이어도 괜찮다. 그냥 당신을, 당신 그 자체를 사랑해준다면 그 무엇도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