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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정말 먹어도 되나요?

정신과 약물치료 받아야 해요.

by 노을

정신과 약물,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참으로 다양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약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약을 먹었다.


처음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심리상담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다. 상담사는 약을 먹는 것을 추천했고, 결국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갔다. 처음에는 필요한 약만 타서 먹었다. 언제는 수면제가, 언제는 신경안정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항우울제도 처방해주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즉각적인 약효가 나타나는 약물들을 주로 처방받았다. 그리고 항우울제는 제대로 먹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짧게는 1달, 길게는 3달 이상은 먹어야 항우울제는 효과를 본다. 오늘내일하던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사실 이때 가장 필요한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극단적 선택 이후에서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물치료가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주 단순한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주관적인 질문들이지만, 이 말을 믿지 못하거나, 더 궁금한 것은 의사 선생님께 질문하면 된다. 제대로 된 의사라면 정성껏 대답을 해줄 것이다.



“정신과 약물은 모두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기 힘들다.”

아니다. 모든 정신과 약물이 중독성이 강하지도 않을뿐더러, 중독이 아예 안 되는 약물도 많다. 의존성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증상이 심할 정도로 참고 참다가 병원에 간다면, 당연히 “점차” 약효가 강한 약을 처방받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점진적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절대로 강한 약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환자가 원해도. 최소의 용량부터 약물 복용을 시작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먹었으면 좋겠다.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취업 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아니다. 이 역시도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열람조차 불가능하다. 열람이 안 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알겠는가? 열람을 요구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약을 먹지 않고도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시점이 오는 질병도 많을뿐더러, 일정 기간 이상 지나면 의료기록은 말소된다.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은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게 병을 키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약물은 분명 당신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먹었으면 좋겠다.



“정신과 약물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실체가 없는 감정이 실체가 있는 약으로 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약 하나로 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약에 의해 내 기분이 정해진다는 것은 내 기분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소리로 들렸다. 약에 의해 조종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약을 먹어보았다. 우울함이, 슬픔이, 분노가 잠시 잊히긴 했다. 아주 잠시.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감정이 기쁨으로, 행복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럼 왜 먹냐고 묻는다면, 우울함을 내뿜는 호르몬을 조절해주긴 해서, 안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먹었으면 좋겠다.



“정신력은 의지로 통제가 가능한다.”

아니다. 정신력은 어디까지일까? 어디까지가 우울함이고, 어디까지가 우울증일까? 헷갈린다면 이젠 병원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그 고민을 하고 있다면 우울감이 생활 전반에 깔려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의지로 생리를 조절할 수 없듯이, 우울증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의지박약이라는 소리는 정말로 멍멍이가 우는 소리일 뿐이다. 그런 사람은 당신의 인생에서 멀리하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먹었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는 것을 고민하거나, 약의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뽑는다면, 끈기이다. 자신과 맞는 병원을 찾을 끈기와 약을 지속적으로 먹을 끈기가 유일한 준비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최소 1달 이상 먹는 것이 아니라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우울제를 먹는 경우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단약을 하면 오히려 더 악영향을 끼친다. 약도 효과가 없다는 잘못된 인지와 부정적 감정이 생긴다. 그러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혼자 하지 말고, 말하고, 의지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약을 먹는 끈기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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