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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필요한 치료 요소는 무엇일까요?

사람이라는 울타리, 사랑이라는 지지대

by 노을

사람은 다양한 것에 다양한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그중 결국 서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종족이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슨 일을 겪든, 무슨 감정이 생기든 공감하고, 공감받기를 본능적으로 바랄 것이다. 어찌 보면 그놈의 사회적 동물이라 받는 상처는 크다고 보이겠지만, 어쩌면 사회적 동물이라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훨씬 많기에 우리가 그렇게 진화해왔을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


나도 공감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가장 나를 모르는 이에게도. 그러다 보니 설명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나를 이해시키고, 이해받기 위해서 말이다. 내 감정의 스위치가 켜진 이후, 얼어붙은 감정의 상태에 벗어나니까 간절히 공감받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이 일상처럼 겪었을 다양하고, 많은 감정들은 나에게 모두 처음 겪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탓인지, 다들 멀쩡했다. 모두가 아무렇지 않았다. 나만 감당이 되지 않고,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감정을 잃어버렸던 그때를. 감정을 몰랐을 때가 훨씬 더 편했다. 감정을 몰랐을 때가 살아가기 훨씬 편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었지만, 죽어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상태였다. 그래서 나의 무의식에게 감히 궁금해했다. 그리고 지금 그 답으로 감정을 알려준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그리워한다. 감정의 무(無)의 상태를.



사람에게 정신건강을 위해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좋은 치료제는 사람이다. 살면서 받는 모든 상처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함으로써 나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살아온, 보아온 세상의 상처들은 그랬다. 그래서 사람은 중요하다.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과 지내느냐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것을 관계라고 부른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등.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울고, 웃는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은 사람이고, 그로 인해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거기서 느낄 수밖에 없는 내 신체에 대한 상실감이나, 팔의 통증 등을 마주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했다. 물리적으로는 진통제와 항우울제였고, 정신적으로는 위로와 지지, 공감과 사랑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그것들은 힘든 것들이다. 누가 고통을 마주하고 싶겠는가? 당신의 가족도, 돈을 받고 일하는 상담사도 모두 꺼려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필요로 했던 공감은 특히 그랬다. 모두가 나를 멀리했다. 내 고통의 앞에서 나를 외면했다. 공감하지 못하고 동정으로, 혹은 도움으로 나를 대했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사람은 결국 망가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결국 무너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가 보고 들은 사람들은 그러했다. 그래서 좋은 것과 건강한 것의 분리.

여기서 건강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타인의 감정표현에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상태.


이것이 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신적인 부분의 건강함만 따지자면.


좋다는 것이 건강하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좋게만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실제로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내 감정 표현이 빠진 채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려고만 노력했다. 분노와 좌절은 좋지 않은 것이었고, 그것들을 숨기고 모르는 척했다. 나의 슬픔은 좋은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모르기도 했다. 느끼지만 표출을 하지 못했다. 표출을 하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표출을 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그것은 무너지는 길 중 가장 빠르게 무너지는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택해버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나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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