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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다니기 프로젝트

약물치료 - 정신건강의학과

by 노을

나는 항우울제의 효과를 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 동안 복용했으며,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며 약을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힘든 일이었다. 지역의 특성과, 학생의 특성상 버거웠고, 결국 나는 약의 도움을 거절하며 지냈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물치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처럼 참고 가는 이가 많겠지만, 약은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덜 참고 가는 것이 효과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 너무 심했던 나는 안정제 위주로 약을 처방받았다. 다행히 순간순간의 효과는 탁월했다. 약을 먹으면 차가 두렵지 않고, 수면제를 먹으면 당장 잠이 왔다. 그 두 가지를 포기할 수 없어 나는 병원을 지속적으로는 못 다녀도 종종 가서 약을 얻어오곤 했다. 하지만 약을 2~3일 정도 먹지 않으면, 안정제도 먹기 싫어진다. 아마 더 깊은 우울함에 빠졌다는 증상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안정제와도 멀어졌다. 불안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노출은 점점 더 심해졌고, 불안과 우울은 결국 죽음으로 나를 인도했다.



그러다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나서, 꾸준한 치료를 받게 되었다. 계속해서 약을 조절하고, 증량하고, 바꾸었다. 한동안 우울을 느끼지 못했다. 불안도 느끼지 않았다. 안정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불안정하지도 않았다. 아마 나에게 맞는 약은 그때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은 줄어들었다.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호르몬들을 약은 조절해주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확실히 약물치료가 없었다면 나는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맞는 약만 찾는다면, 즉각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역시 빨리 시작할수록 빠른 효과를 얻을 것이다. 약을 먹으면서 항상 효과성에 대해 신경 썼다. 약을 먹는 단 하나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병원을 다니기도 했고, 의사와 라포(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약효를 바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많은 정신과가 있지만, 환자가 만족할 만한 진료를 하는 정신과는 매우 드물다. 나 역시도 약을 끊을 때까지 나에게 딱 맞는 약을 찾지 못하였고, 지금도 찾지 못하였다.



나는 가능한 한 약을 먹지 않았다. 그것이 나에게 덜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복학을 하고, 나는 부작용이 심해서,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였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 약이 아닌, 내가 내 기분을 정하고 싶었다. 우울해도 괜찮은, 불안해도 진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국 나는 단약을 했다. 그리고 다시 약을 찾고, 의존적이게 되었다.


단약은 위험하다. 무모한 도전이다. 누구에게든 알려서 도움을 받아라. 누구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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