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오늘을 마주하자.
현재의 나
지금 나의 상태도 참으로 이상하다. 우울한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제는 웃지 못하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며 지낸다. 감정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흐르게 되었다. 답답해하기도 하고, 화가 나면 베개를 던지기도 한다. 슬픔에, 아픔에, 고통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내가 계속해서 못나 보이고,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소만이 답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야만 신경증은 나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과거의 나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회피했던 나를 원망하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렸던 나는 이런 감정들을 지금보다 더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하고 어려운 감정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전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꺼내야 한다. 지금이 그럴 수 있는 시기이고, 그렇게 하는 시기라고 믿는다.
지금의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해롭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충분히 표출했어야 하는 감정들이다. 당연한 것을 억누르니 아프고, 힘들다. 감정을 억압하지만 않았을 뿐인데 나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살다 보니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도 온다는 것을 느꼈다.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감정들이 옅어져 간다. 그저 내가 감정을 꽉 쥐고 있었기에 사라지지 못했던 것이었다. 커다랗고 위협적인 감정들은 분해되어 힘이 약해지고 있다. 나는 궁극적으로 원하던 건강함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가시에 찔리고, 독이 온몸으로 퍼지고, 소독약은 따갑다. 오히려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훨씬 약하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한 나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한 내 선택은 옳을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한이 있어도 행복해지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을 점차 까먹는다. 슬퍼도 웃을 수 있던 시절이 대단해 보인다. 억누르지 못하는 감정에 휘둘리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내 감정이 우선시되는 순간이 무서운 이유였다. 하지만 감정은 아무리 숨겨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결국 나는 타인에 의해 상처가 났지만, 내 선택으로 인해 상처가 곪았다. 온전히 타인의 잘못만 탓하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나는 이것을 책임져야 한다.
아파도 남의 탓을 하지 않는 이유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할 수 없는 일일 때도 있다. 찾아도, 찾지 못해도 괴롭다. 하지만 욕망과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기 싫은 일을 미루며 산다. 어쩌면 나는 과거의 나보다 덜 성실할 것이다.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몸은 그러하다. 훨씬 더 약하고, 부족하다. 이렇게 사람의 에너지가 한정적이라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 졌다. 예전의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치관이 달라졌을 뿐이다. 하기 싫은 일은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도 하고 싶은 일이 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 이 선택이 언젠가는 후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후회하지 않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스펙트럼이 좁아,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다. 그래도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이다.
아직 나는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를 선호한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는 지금 나아가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결과를 찾는다. 과정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과정이 싫었던 이유는 모든 과정이 너무 길었던 탓도 있다. 항상 단기로 끝나는 일들이 아니었다. 모든 일의 기본단위가 '년(年)' 단위였다. 그래서 과정을 쪼개기 시작했다.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하여 단계별로 생각한다. 목표를 순차적으로 만들어 순간순간의 만족감도 얻을 수 있게 만든다. 높은 기준치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나는 아직 그러지 못한다. 여전히 나는 최상, 완벽을 꿈꾼다. 타고난 기질이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다. 이 또한 단기간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매번 무너질 때마다,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다시금 되새긴다. 이 순간을 기준으로 살자고, 나는 항상 높은 수준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우울했기에, 고통스러웠기에 행복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이었다. 내가 잠깐 동안이지만 느껴본 안정, 평화, 행복은 나를 살고 싶게 만들었다. 삶을 살아간다면, 그런 기분과 감정을 가지고 살고 싶다. 이제는 찬란하고 특별한 삶을 꿈꾸기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현재를 바라며 지낸다. 내일에 대한 고민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덜 두렵다. 그저 내일보다는 오늘이,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점차 알아간다.
그리고 이제는 아픈 것을 미루지 않고 오늘 무너져도, 내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이제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