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영정사진

‘故’의 아픔, 장례식장

by 노을

“웅. 웅. 웅”


진동 3번, 그 연속된 진동은 이상함을 감지하게 했다. 평소와 다른 진동음이 내가 핸드폰을 잡도록. 항상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한 SNS의 메시지. 친하기는커녕 이름만 겨우 알고 지내던 S의 친구에게 온 메시지 3개. 이유 모를 불안함에 나는 당장 메신저 앱을 설치했다. 사람의 촉이라는 것이 대단히도 나를 떨게 했다. 단지 나와 이름이 같아서 알고 있던 S의 친구, 그리고 내가 아는 S의 유일한 친구에게서 온 메신저를 보았다. 내가 그녀를 알고 지낸 지 수년이지만 그 메신저는 나와의 첫 연락이었다. 내 전화번호도 모르는 그녀였기에 우연히 S의 소개로 맺은 SNS 친구로만 되어있는 나에게 굳이 왜 연락을 한 것일까? 죽음을 예견하지는 못했지만, 불행은 예견했다. S가 스스로 연락을 취하지 못할 만큼의 위중한 상태. 온갖 것을 다 상상했다. 내 상상력을 자극한 그 메신저 3통. 그리고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추측.


‘혹시 S가 크게 다친 걸까?’

‘혹시 S가 어떤 큰 병에 걸려 큰일이 난 걸까?’

‘혹시 S가 새로 생긴 남자 친구와 안 좋은 일을 당한 걸까?’


수천번을 생각했다. 그 무엇도 아니기를. 별 일이 아니기를. 그렇게 몇 분을 며칠처럼 시간의 흐름을 느끼다가 S에게 연락을 취했다. 답이 없는 연락. 사라지지 않는 ‘1’이라는 숫자는 나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황급히 전화를 했다. S가 아닌 누구라도 이 전화를 받아서 지금 일어난 일을 나에게 설명해주기를, S가 연락을 못 받는 이유가 별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 그 전화에 나는 신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던 중 느껴지는 진동음.


‘언니가 통화 중이라고 떠서 문자 남겨요.’


당장 나는 통화 상대를 바꿨다. 그리고 들리는 이야기들. 긴장된 목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참혹한 이야기들은 나를 굳게 만들었다. 놀란 목소리, 울먹거리는 소리, 믿을 수 없다는 말과 달리 사실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두려운 마음들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넘어왔다.


“어, 무슨 일이야?”

“언니...”

“응 이야기해봐..”

“S가요...”

“S가, 왜?”

“방금 S동생한테 전화가 왔는데, 혹시 언니 소식 못 들으셨나 해서요.”

“무슨 소식?”

“S가 술을 많이 먹고... 높은 곳에 올라갔었나 봐요.. 한.. 5층 정도 되는 높이에서 발을 헛디뎌서...”

“어...”

“죽었다고... S 동생한테 연락이 왔어요. 제가 S 동생 이름도 알고... 확인해보니까 맞고.. 장례식장 이름 듣고 들어가 보니까... S이름이 있더라고요...

“어...? 어...! 어...”

그래서 내일 오후 3시에 발인한다고..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언니 혹시 전달 못 받았을까 봐... 저는 친구들이랑 내일 저녁 6시에 도착할 것 같아요...”

“아... 어... 고마워,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어...”

“내일이 조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아침에, 아니 새벽이 되자마자 출발했다. 전주로. S를 보러. 그리고 결국 도착했다. 장례식장을. 순간 나를 맞이하는 싸한 기분. 부조금을 ATM에서 뽑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 통화를 듣자마자 S의 죽음을 인정했다는 것이. 나를 사람보다도 못한, 짐승보다도 못한, 그런 아주 미개하고, 사악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저 궁금했다.


‘왜 ‘S’라는 이름 앞에 故(옛 고) 자가 붙어있는 걸까?’

‘왜 저런 단어가 붙어있지?’

‘왜 다들 여기 있는 거지?’


이 질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가 보니 있던, 다시 보이는 故 S. 그리고 보이는 S 아버님, 어머님, 동생.


그리고 보고 말았다. S의 영정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