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어진 눈물, 이상한 위로

죄송합니다

by 노을

‘울컥하다’, ‘왈칵 눈물이 나왔다.’ 그런 단어로는 내 감정과 행동을 설명하기에 너무 가벼웠다. ‘무너짐’. ‘추락’. 이런 단어도 너무 가벼웠다. 그 어떤 단어로 그때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굳이 비유하자면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하였다면, 나는 그 사과가 다시 나무로 공중 부양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을 때의 충격과 맞먹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이 뒤집어지는 느낌.


나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내가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스스로 밖을 뛰쳐나갔다. 내 의도나 의지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흘러버린 눈물을 닦지 못하고 절을 했다.


한 번. 두 번.


향초도 타고 있던 어쩌면 꿈같은, 어쩌면 가슴 아린 그 장면이 나의 눈에 담겼다. 그리고 S의 유족, 아버지 대신 어머님과 동생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또다시 절.


또 눈물은 나의 결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서 뛰쳐나가 버렸다. 그러나 나와 달리 차분했던 S의 어머님은 눈물을, 감정을 찾지 못하셨다. 나는 실례를 범한 걸까? 아니면 S의 소중한 친구였음을 잘 표현한 걸까? 지금도 나는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S의 어머님만이 알고 있는 답이겠지. 그저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매 순간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수없이 사죄했다. 어머님은 담담하셨다.


“와줘서 고마워. 연락할까 말까 사실 고민했는데... 너 지금 많이 힘든 것 같아서... 여기 오면 더 힘들까 봐....”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죠. 당연히.”

“그 헛똑똑이가... 바보같이 발을 헛디뎌서.... 가방에 내일 공부할 전공책 비닐도 뜯지도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네가 뭘 죄송해해”

“죄송합니다..”

“절대 나쁜 생각 하지 말고, S 몫까지 잘 살아줘.. 알았지? 아줌마 부탁이야..”

“죄송합니다..”

“아줌마가 한 말 잊지 마..”

“........”

“대답해야지 원형아, 알았지...?”

“.... 네..”

“저 사진말이다.. 이번에 유럽여행 가서 찍어준 사진인데...”

“............”

“S랑 인사했으니까 어서 다시 올라가 봐, 여기 오래 있지 말고... 여기 있으면 너무 힘들 거야.”

“아니에요. 저 신경 쓰지 말고 편히 계세요.”


너무나도 이상한 대화였다. 자식을 잃은 어미가 친구를 잃은 나를 더 위로한다.

이 어찌 아이러니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