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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Dec 25. 2020

돌덩이가 마음에 하나 더 얹어있는 마음일 것 같아요.

어쩌면 처음으로 내민 손 - 1 

나 : 안녕하세요.


상담사 : 네     


나 : 노을이라고 하는데요.     


상담사 : 아 노을씨 그래요. 전화 준 거예요?     


나 : 네. 친구 생각이 너무 나는데, 이걸 어떻게 해소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상담사 : 잘했어요. 전화. 혹시 지난주에 저랑 통화하고 나서 계속 그랬어요? 친구 그때 친구 생각이 나서 가슴이 벅차다고 이야기해줬는데... 어떤 생각이 나는 거예요 주로?     


나 : 사실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상담사 : 아 그래요?     


나 : 매번 그 친구가 챙겨줘서... 지금도 여러 친구가 챙겨주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렇게 축하를 받을 때마다 계속 더 생각이 나고 그러다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울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있다 보니까...     


상담사 : 왜요? 그건 어떤 거예요? 왜 울면 안 돼요?     


나 : 울면 힘들기도 한데, 내가 울면 물론 그 친구가 살아나는 건 아니지만, 진짜 죽었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느낌이라...     


상담사 : 그렇구나. 그걸 인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봐 그럴까요?     


나 : 정말로 이젠 다시는 못 보니까      


상담사 : 못 본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사실 지금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 그 친구를 떠올리면서 드는 감정들 때문에 눈물이 나고 차오르는데, 그걸 어떻게 보면 좀 외면하고 부정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근데 이유를 물어봤더니 내가 그렇게 울고 나면 친구의 죽음을 사실로 인정하는 거가 될까 봐. 울고 싶지 않고 울게 되면 그 친구를 다시 못 볼 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했잖아요. 우는 거하고 그 친구를 못 본다는 의미하고 뭔가 연결된 것 같은데...     


나 : 그게... 죽은 게 맞죠. 죽은 게 맞는데, 그런데도 놓을 수 없는 끈? 그냥 이게 꿈이지 않을까? 얘가 장난치는 거 아닐까? 매일 일어날 때마다, 카톡을 확인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상담사 : 그래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깊네요. 그쵸?     


나 : 분명 우는 거랑 그 친구가 살아나는 거랑 별개의 일인 걸 이성적으로는 아는데...     


상담사 : 내가 울게 되면 그 친구의 죽음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게 되게 싫은가 봐요.     


나 : 네. 그게 좀 힘들어요.     


상담사 : 그렇구나. 친구를 잃은 것만으로도 노을씨가 되게 많이 슬프고 힘들 텐데... 그런 마음조차도 마음껏 표현하거나 느낄 수 없으니까 돌덩이가 마음에 하나 더 얹어있는 마음일 것 같아요. 그걸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많이 단속하는 것 같거든요. 인정하면 그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니까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 힘든 일이에요. 감정을 억누른다는 게 상당한 힘과 노력이 드는 일이거든요. 근데 노을씨가 계속 그래 오고 있었다는 거니까... 마음이 더 많이 무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오늘 생일이어서 그 친구가 나를 챙겨주고 축하해주었던 시간이 많이 떠올랐나 보다.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특히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엔 더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만약에 그 친구가 전화를 할 수 있었다면 노을씨한테 뭐라고 해줬을 것 같아요?     


나 : 성의 있게 챙겨주던 친구는 아니었어요.     


상담사 : 약간 무심한 듯 하지만 이렇게 툭 하지만 그 마음이 노을씨한테는 잘 느껴졌나 보다.     


나 : 그럴 때마다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그 서운함조차도 못 느낀다는 것이...     


상담사 : 그랬구나. 그 친구한테 참 이렇게 표현하지 못하고 노을씨 마음 안에 있는 그런 마음들이 좀 많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을 텐데 그걸 다 하지 못해서 마음에 남아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나 : 그쵸. 몇 가지 것들이 걸리긴 하죠. 작년 여름방학 때쯤에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근데 제가 플래시백이 너무 심해져서 여행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취소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많이 걸리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힘들어도 그냥 갔었을 텐데... 왜 굳이 그때는 쓸데없이 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나는 그 여행을 취소했을까...      


상담사 : 후회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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