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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Dec 26. 2020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네요.

어쩌면 처음으로 내민 손 - 2

상담사 : 후회가 되요?     


나 : 그거 하나랑 고마움을 제대로 표시를 못 했던 것이... 그 친구나 저나 매번 자기랑 친구 해줘서 고맙다고 자주 말을 하던 사이였는데, 장난스럽게는 자주 했었는데 그걸로 내 진심이 제대로 표현이 되었던걸까를 모르겠어요.     


상담사 : 내 마음이 있는 그대로 전달이 되었는지가 궁금하네요.     


나 : 그쵸. 이제는 알 수가 없어져 버렸으니까.     


상담사 : 노을씨는 어땠어요?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기 해줄 때, 그 친구의 진심이 잘 느껴졌나요? 어땠던 것 같아요?     


나 : 되게 고마웠죠. 사실 내가 그런 마음이 더 큰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을 먼저 표현해준다는 게 고마웠죠.     


상담사 : 그 친구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진심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 말을 할 때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나요?     


나 : 그 말을 자주 해줬고,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위하는 말들이 항상 있었으니까요.     


상담사 : 나를 위한다고 노을씨가 느껴질 정도로 친구가 행동했네요. 근데 좀 달리 말하면 노을씨가 그걸 또 잘 느끼는 사람이었나 봐요. 그 친구가 그만큼 표현해준 것도 있었겠지만 노을씨가 그걸 또 잘 캐치하고 잘 느끼는 사람이라서 친구가 준 만큼 잘 받아줬던 것 같아요.     


나 : 그냥 그 친구가 저에게 준 게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요?     


상담사 : 준다고 모두가 그렇게 잘 알아차리질 않거든요. 아무리 100을 줘도 10 정도밖에 못 느끼는 사람도 많아요. 그 친구가 100을 준 만큼 잘 느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마음을 잘 알아차릴 수 있던 게 아닐까. 그런 게 잘 맞아서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근데 노을씨는 잘 느꼈는데, 그 친구는 잘 못 느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나 : 확인해볼 수가 없으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상담사 : 한 번 노을씨가 짐작해 본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이제 짐작이란 걸 해볼 수 있잖아요. 그 친구를 지금 만날 수도 없고 목소리를 당장 들을 수도 없지만 그 친구가 아예 사라진 존재는 아니잖아요. 분명히 우리가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상태지만 어디선가 노을씨를 지켜볼 거로 생각하는데, 짐작해 본다면 그 친구의 마음은 어떨까요? 노을씨 생각은 어때요? 많이 서운해할까요? 노을씨가 표현을 많이 못 해줬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아니면 노을씨가 그 친구를 통해서 느꼈던 것처럼 친구도 노을씨의 마음을 잘 느꼈을까요? 노을씨 생각은 어때요?

 

나 : 그 친구가 떠나고 그런 생각들을 되게 많이 했는데, 도저히 짐작이 안 되더라고요. 이 친구를 10년이나 넘게 알고 지냈고, 친하게 지냈고, 심지어 가족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 안다고 여기던 사이였는데,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이 친구에 대해서 뭘 알고 있었던 건지 전혀 감이 안 올 정도로. 내가 그 친구에게 뭐였지 싶으니까요.      


상담사 : 갑자기 뭐가 이렇게 확 붕 뜬 느낌이 드네요. 그 친구가 사고가 있기 전에는 굉장히 친하고, 모든 걸 잘 알고 있고, 서로 주고 받은 게 있다고 노을씨도 강하게 느꼈던 거 같은데, 그 친구 존재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면서 노을씨가 그 친구와의 관계가 옛날처럼 느낌이 잘 오지 않고, 잘해줬던 게 맞나 싶고,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그 친구한테 모든 걸 열심히 잘해줬는데 한가지 못 해준 게 걸리고, 그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게 뭐였던가 하는 의문이 갑자기 많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나 : 네 맞아요.     


상담사 : 그렇구나. 왜 그럴까? 왜 같이 있을 때는 느끼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그 친구의 부재와 함께 모르겠고, 알 수 없고, 의심이 드는 이런 감정들이 찾아올까요? 이별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노을씨가 너무 이 상황이 벙하게 찌고 당황스러워서 일수도 있겠다고 짐작해 보는데 노을씨는 어떤 것 같아요?     


나 : 저는 우울증이 있다 보니까, 자살 시도를 해봤었고,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니까 돌아가신 이후에는 나는 어떨까 생각도 해봤고, 여러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었는데, 그 친구에 대한 죽음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상담사 : 노을씨가 생각했던 죽음과 관련된 일 중에 그 친구는 없었군요. 그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네요. 그쵸?


나 : 그쵸. 제가 죽으면 죽었지 그 친구가 죽을 거라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 했던 일이죠.     


상담사 : 그렇구나. 진짜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쵸?     


나 : 그러니까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르겠어요.     


상담사 : 노을씨는 그 친구 말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 친구가 살아있을 때 보고 싶으면 어떻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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