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의 차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제 어릴 때와 비교해요. 그리고 전 부모님처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좌절해요."
집안일을 해주시는 이모님, 1년에 여러번 다니던 해외여행, 무엇 하나 갖고 싶다고 조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여유로움. 성악, 종이접기, 영어 웅변, 피아노, 플룻 등 배울 수 있는 모든 건 다 과외로 선생님이 집에 오셨고 사립 학교에 다니며 내 방 가득 외국에서 사온 인형들이 가득 했었다.
12년간 내가 누린 것들은 엄마, 아빠가 이룬 것들이었다. 나는 그런 부모에게서 태어나 공짜로 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게 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IMF, 아빠의 사업이 망했고 우리 가족은 모든 걸 잃었다. 살면서 그런 풍족함을 아예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매일 밤 자려고 누워서 나를 자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잠이 올 리 만무했고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자고 나면 다음 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악순환. 온종일 날 괴롭히고 자책하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풍족함을 느끼게 해주었다가 뺏어간 아빠를 또 원망했다. 그렇게 20년을 괴롭게 살아왔다. 내 아이를 낳고 기르며 그 좌절감은 배가 되었다. 난 내 아이에게 부모님처럼 해줄 수 없었다. 내가 누린 것들을 내 아이에게는 해주지 못하는 나를 보며 또 좌절했다. 위를 보면 끝이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릴 때 내가 누렸던 것들을 내 아이에게도 누리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오셨고 많은 걸 이루셨는데요.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내 아이를 보았다. 내 아이는 풍족하진 않지만, 행복해 보였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는 내 아이가 나의 우울한 감정에 동요되지 않길 바라며 웃어보았다. 풍족함 대신 사랑을 주자. 모든 건 나의 감정이고 나의 욕심일 뿐이었다.
다짐하며 오늘도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