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일단 행복감을 느꼈다면 행복에는 우열이 없다는 나의 친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의 크기를 가늠하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일단 소소하다는 크기의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사람은 일상에 어마무시하게 큰 행복이 자주 찾아올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어른일 수도 있겠다.
얼마전, 반지를 샀다. 어짜피 공부를 해야해서 옷도 보통 추리닝이고 화장도 자주 하지 않는데 손에 반지를 끼고 공부하면 그게 참 기분이 좋다. 공부를 할 때는 오른손으로 펜을 잡으니 왼손에 반지를 낀다. 반지를 낀 왼손으로 책을 짚거나 시험지를 잡고 있으면 그 반지가 빛나면서 기분이 괜시리 좋아지는 것이다. 로즈골드의 반짝거림이 왼손을 감싸면서 예뻐 보이게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공부하면서 기분 좋을 일이 많지 않은 나에겐 소소한 기쁨이다. 쉬는 시간에 잠깐 잠깐씩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아껴 듣는다거나, 잠시 나와서 쾌청한 하늘아래 공기를 쐰다거나, 행복한 상상을 해보며 길을 걷는다거나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소확행이다.
쉽게 행복해지지 않지만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명제의 속성대로 역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작은 것에 행복하다고 쉽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아도 알맞아야 한다. 음악이라면 이 날씨와 기분과 습도에 어울리는 딱 그 음악이어야하고, 반지라면 나의 손에 제일 잘 어울리는 그 디자인이어야하고, 공기라면 내가 좋아하는 냄새여야 한다. 그래서 쉽지는 않다.
다만, 어느 날 돌아보니, 이런 행복들이 결국에 나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1년만에 돌아온 친구가 다짜고짜 다들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이 반지 얘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작은 행복감들이 내 삶의 곳곳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맞겠지.
취준의 기간에서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나의 관점과 시각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