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홈리스가 함께 하는 도시
광란의 토요일 밤을 보내고 맞은 밴쿠버의 아침은 흐렸고 또 깔끔했다.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던 밴쿠버의 젊은 이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 환경 미화원 덕분에 길가엔 쓰레기 한 점, 조금의 소음도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 밤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홈리스들.
캐나다의 홈리스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한국의 노숙자들과 비교해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개중에는 몇몇 커다란 개를 키우는 경우도 있었는데 알아보니 개를 키우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그래도 이 지원금 때문에 개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개들의 상태는 굉장히 좋았고 교육도 잘 받은 듯 보였으며 외롭고 고단한 홈리스들의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로서 사랑을 받는 듯 보이기도 했다.
밤과는 달라진 풍경에 만족하며 마켓과 코스트코에 다녀온 우린 숙소에서 잠시 쉼을 갖고 마켓에서 구입한 도넛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다시 밖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산을 쓰자니 조금 애매하고 그러하고 쓰지 않자니 비를 그냥 맞아야 된다는 것이 찝찝하게 느껴졌다. 캐나다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데 정말이었다. 길거리에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와 내 친구가 유일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정은 개스타운 증기 시계를 보는 것과 기념품 가게에 가는 것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증기 시계를 보러 가려면 15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우린 홈리스가 없는 거리를 골라 걸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걸렸다. 홈리스가 위협을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증기 시계가 위치하고 있는 거리에 이르자 인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행 비수기인 것에 비해 관광객이 꽤 있었고 사진을 찍기 위한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됴코에 여행 갔을 때도 도쿄 타워는 길을 걸으며 멀리서 한 번 눈에 담았을 뿐이고, 인파가 몰릴 것 같은 장소는 일부러 피해 다녔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정도 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증기 시계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어두워진 하늘에 맞춰 켜진 조명에 감탄하며 기념품 가게를 여러 곳 들리고 나니 슬슬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마켓에 들렀다가 코스트코를 도보로 왕복했고 걸음 수가 2만보를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다음 날도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우린 레스토랑에서의 맛있는 식사를 마지막으로 밴쿠버 시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