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진 Sep 28. 2018

'혼자'의 역설

혼자 있고 싶어 사람들 속으로 간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혼자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커피를 마신다.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시간들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놀기' 위해 쉬는 날이면 종종  근처 카페를 찾는다.  혼자 오롯이  시간을 즐기고 싶고, 혼자 있고 싶어 찾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많은 카페 속이다.


'혼자'라는 단어는 사실,  홀로 있을 때는 성립할  없는 말이다.  외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해야만 비로소 혼자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 처음부터  홀로 존재했다면 혼자라는 말은 있을  없다.


그래서 결국, 혼자이고 싶다면 군중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군중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속에서 노는 , 그것이야말로 진정 '혼자 놀기'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 혼자 있고 싶다면서 사람들이 있는 카페로 향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혼자이면서 실제로는 결코 혼자일  없는  역설이 가능한 공간에서 외롭지 않은 고독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고,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이고 싶지 않은 기분,  이상한 기분을 채워주는 공간을 자연스레 찾아 가게 되는 것일테다.


휴일인 오늘, 역시나 카페에 앉아 이 글을 끄적인다.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제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혼족, 혼점, 혼행  ‘혼자하는 무언가가 유행처럼 번져있는 시대지만, 사실  누구도 완전히 혼자임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들은 혼자 무언가 한다는 사실을 SNS 올리고,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기 싫어 카페에 오고, 나처럼 글을 끄적이고 이를 타인과 공유한다.


돌아올 집이 있어야만 여행이 즐거울 수 있듯, 어쩌면 우리들은 결코 혼자일 수 없기에 혼자임을 즐길 수 있고, 많은 사람들 속에 스스로를 데려다 놓고서야 비로소 혼자 놀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혼자이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는 않은 그 모순이, 요즘처럼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런 흔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무슨 생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