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진 Sep 27. 2018

요즘 무슨 생각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아마도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 건, 내가 요즘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어서일 거다.

그러고보니 요즘 들어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도 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출퇴근길 운전하며 잡생각에 빠지길 좋아하고, 머릿속에 뭉게구름처럼 떠오른 생각의 꼬리를 잡아 다른 생각을 더하기를 좋아하고, 카페에 홀로 앉아 사유를 즐기는 것 또한 취미이자 특기로 여기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종종 스친다.

생각이 없다는 생각 또한 유효한 생각일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다 본 무엇이든, 갑자기 떠오른 무엇이든, 사유의 소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건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만큼 내 삶이 어떤 자극이 없이 평탄하다는 것이거나, 내게 어떤 자극도 가해지지 않을만큼 내 영혼이 무뎌졌다는 것이니까.


먼저, 내 삶이 그렇게나 평탄한지에 대해 자문을 해본다.

찬찬히 살펴보니 꼭 그렇지는 않다.

난 늘 그래왔듯, 여전히 나의 욕심과 자존심 탓에 혼자 상처 받고 회복하길 반복하고 있다.

일 때문이다. 아니, 여전히 내 삶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 속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정답도 없고,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나는 그렇게 나한테 욕심이 많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조직 안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일을 계속하는 한 풀리지 않을 숙제다.

아직 일하는 모습의 나와 갈등이 있는걸 보니, 내 삶이 아무 자극 없이 평탄하기만한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무뎌진건가?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지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조금은 덜 감정적으로 변하면서 일희일비를 하지 않는 것일테다.

물론 때로는 어렸을적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표현이 그립기는 하지만.

어쨌든 감정 사이의 폭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다는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가 되기도 하니까.


확실히 나도 그렇게 변했고, 변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상치 못한 순간의 눈물은 더 많아졌지만, 전반적으로 덜 놀라고, 덜 기뻐하고, 덜 슬퍼하는 것 같다.

‘아는 맛’이 많아져서겠지만, 섣불리 ‘아는 맛’일 거라고 치부해버리는 오만도 나이와 함께 자랐겠지.


요즘 내 생각이 많지 않은 것도, 사유의 깊이가 깊지 못한 것도, 영혼의 건조함 때문인 게 맞는 것 같다.

새로움을 찾지 못하고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이 건조함은 아마도 익숙한 매일, 제한된 경험, 그리고 나이와 함께 자라버린 오만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더 열려 있는 자세, 더 많은 경험을 해보려는 시도,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노력에 잠시 소홀했다.


세상이 보내는 자극과 신호는 그걸 받아들이는 주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나마 고무적인건, 생각다운 생각이 적어진 스스로를 인식하고, 그 자체를 글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려나.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무턱대고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다. 글쓰기는 생각의 씨앗에 물을 주는 행위나 다름 없으니까.


늘 다짐뿐이지만, 역시나 글을 더 자주 써야겠다.

깨어있어야할 많은 것들에 더 무뎌지지 않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