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마주한 영원회귀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 보기 기능은 때로 뜻하지 않은 반가움이나 묘한 감정을 가져다준다. 옛날 일기장을 우연히 들여다봤을 때의 아련함과 낯익은 생경함 같은. 이 찰나의 회상은 내가 몇 년 전 오늘 어디에서 뭘 했는지에 대한 단순한 사실부터 그 당시 내 상황, 내가 가졌던 고민, 내가 했던 생각들까지 소환하며 그 당시로 순간이동을 시켜준다.
특정 시기에는 기록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특히 계절에 따라.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벚꽃 사진이 등장한다. 장소만 조금씩 다를 뿐. 가을쯤엔 노란 은행나무나 빨간 단풍 사진이 과거의 오늘로 떠오른다. 얼마나 지켜졌는지 알 수 없는 야심 찬 계획이나 한해의 소회 같은 것들은 연말이나 연초를 장식하기 마련이다.
이쯤 되니 문득 니체의 영원회귀가 생각난다. 삶은 끝나지 않고 무한 반복된다는. 지금 이 순간은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똑같은 순간으로 영원할 것이라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역설. ‘Seize the day. 현재를 살고 순간을 즐기자’는 내 가치관은 내 맘대로 니체의 영원회귀에 의해 더 힘을 받았다. 니체의 동의 없이.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영원히 똑같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이 계속 반복돼도 괜찮은가? 그럴 만큼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가? 페이스북에서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을 무작위로 골라 ‘과거의 오늘’로 보여준다 해도 언제나 그 날이, 그 순간이 후회 없는 시간이었으리라 자신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기록이나 회상에도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을, 아니 조금 현실적으로 후회가 ‘적은’ 순간들을 살자. 삶은 그런 순간들의 축적으로 이뤄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