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 또는 성공에 대한 거창한 기록인 줄 알고 클릭했다면 사과한다. 제목이 잘못했다. 다만, ‘성공’은 정말로 ‘마약’이긴 하다. 문제는 ‘성공’에 대한 정의가 각자 다르다는 것일 뿐이다.
얼마 전 그 흔하다는 눈썹 문신을 큰 맘먹고 했다. 눈썹 숱이 적진 않은데 색깔이 연해서 내 민낯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음에도, 문신 과정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화장하면 된다는 위안으로 꽤 오랜 시간 방어해 왔었다. 아파서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내 몸에 무언가를 손대는 것도 은연중 꺼림칙했었던 것 같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쓱쓱.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아픔은 거의 없었고, 하고 나니 이걸 왜 이렇게 오래 미뤘나 싶다. 아주 편하다. 무엇보다 눈썹 문신을 하고 나니,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누가 들으면 ‘풉!’ 하고 웃을만한 일이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 사소한 일 하나가 내 케케묵은 To do list 중 하나였다면, 나는 이 날 오래된 숙제 하나를 끝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작은 성공들을 많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을 반복하여 쌓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작은 성공들이 가져다주는 물리적인 성과들이 축적되어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나는 더 큰 성공의 비결은 다른데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큰 성공이든 상관없이 나의 주관적인 성공 경험은 모두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마법처럼 작용한다. 그게 비록 ‘눈썹 문신’처럼 누군가는 비웃을만한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무엇이든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경험은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기효능감을 높여주고, 어떤 것이든 하고 싶은 열정을 키워주며, 단단한 자존감의 비료가 되어준다. 이 성취감은 중독성 높은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 덕분에 느껴지는 것이라 마약과도 같다. 즉, 계속해서 성취를 반복하고 싶어 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큰 성공을 만드는 작은 성공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정의는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다. 성취감은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는 느낌’을 말한다. 즉,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곧 성공이기도 하다. 누구나 일상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성취들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성취감은 가령, 오늘까지 읽겠다고 계획한 책을 정말 완독했거나 목표로 한 걸음 수를 채웠거나 계획한 시간에 주저 없이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을 때도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일에 나의 노력과 인내, 절제와 규율이 필요하다면 이를 해냈을 때 우리는 성취감을 느낀다. 크기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또한 성공 경험인 것이다. 수백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포브스지 같은 매체에 실려야만 성공한 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성공할 수 있는데도, 성공이라는 말 자체를 너무 크고 높은데 올려다 놓고 스스로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성공은 우리 삶에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일을 할 때 큰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가려면 너무 벅차다. 이럴 때 하나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만들면, 그 목표들은 최종 목표보다는 비교적 쉬워 보인다. 이렇게 목표를 더 잘게 쪼개면, 우리는 더 자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이럴 때마다 분비되는 도파민은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 결국 최종 목표 또한 달성 가능성을 높여준다.
일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성공의 기준을 조금만 실생활에 가깝게 가져다 놓는다면 우리는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어려운 미션들을 곳곳에 깔아놓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적당히 어려운’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너무 쉬우면 성취감이랄 게 느껴질 리 없고, 너무 어려우면 지레 포기해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거의 매일 사소한 성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하루 1시간 운동을 하거나 무슨 일이 있든 한 달에 책 한 권은 무조건 완독하는 일도 좋다.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성공을 찾고, 사소한 성공 경험을 더 자주 느낄 수 있는 삶을 산다면 매일이 더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 어느새 더 큰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성공’이라는 마약이 이미 충분히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