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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Jun 04. 2019

조금은 불편하게 살 것

불편함의 역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삶은 더 편리해지기만 한다.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으로 인간들의 삶은 늘 오늘이 어제보다 더 편리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편리해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 정도로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불편함을 발견하면 이를 없애거나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만들고자 했던 우리 인간들의 타고난 본능과 의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나아가 세계 속에는 불편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이러한 개선은 계속될 것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누리는 편의성은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무리 없이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왜 꼭 항상 더 편리해지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궁극적인 물음이 생겨났다. 아니,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가?’라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뿐, 그것이 늘 옳지는 않다. 인간의 본능은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악’의 편에 서는 경우도 종종 있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거나 계획을 실행해야 할 경우 우리는 상당 부분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수많은 불편함을 감당하고 인내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놀고먹고 자는 것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안고 살아왔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기회비용을 들여 스펙을 쌓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돈을 벌고 인정받기 위해 개인의 편리를 일부분 포기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불편함’은 늘 무조건적으로 제거해야 할 부정적인 대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불편함들은 나의 이익, 때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즉 장기적인 편리함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다. 하다못해 살을 빼기 위해서도 일부러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땀을 흘려야만 한다. 정말 힘들지 않으면 살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경험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무엇이든 내가 조금이라도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최소한 그만큼 불편해져야만 한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어쩌면 그 분야에서 가장 크고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겨낸 사람일 수도 있겠다. 즉 ‘불편함’은 늘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때로는 일부러 겪어내고 극복하고 친구처럼 곁에 두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장이든, 사회의 발전이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불편함을 생활 속으로 일부러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바보처럼 일부러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생활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정의하고 싶은 ‘불편함의 대상’은 이렇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더 편리한 대안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또는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것. 이것이 내가 기꺼이 불편함의 대상으로 정의한 것이다. 사소한 예를 들자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계단으로 다니는 것,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두 손이 더 바빠지거나 번거롭더라도 일회용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


우리들 한 명 한 명이, 각자 최소 하나 이상의 이러한 불편함을 기꺼이 계획한다면 어쩌면 우리들 삶 또는 사회는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다. 직관에 반할 수 있겠지만, ‘편리함’이라는 가치는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지는 않다. 오늘 내가 조금 불편해서 내일 모두가 더욱 편해질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일부러 내 삶에서 유지해야 할, 또는 다시 불러들일 ‘불편함’은 무엇이 있을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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