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정을 묻지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없는 일.
그냥 참기로 했다.
참는다는 건
순간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지,
할 말을 마는 것이 아닐 텐데...
그저 삐뚤어진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며 침묵을 택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날 테니까.
허나 끝날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끝나게 되어 있다.
막연하게 참는다고 영원이 약속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해되지 않는다면
나는 할 만큼 했다는 변명 외에
그 노력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제야 알겠다.
참는다는 건 마음을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한 후에나 할 수 있는 선택.
그리하여 나의 '인내'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했음을,
이제는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