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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Jan 31. 2024

내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놈의 술’ 때문이다

         내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놈의 술’ 때문이다.


        어젯밤 알딸딸하게 취해서는 순간적으로 끌어 올라버린 글쓰기에 대한 미련인지, 욕망인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일기를 쓰겠다고 공언하고 말았다. 일기란 무엇인가. 매일의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적 기록 아닌가. 이런 다짐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건 내가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지난해 9월이라는 데 있다. 시시때때로 생각했다. 써야 되는데... 그래 써야지... 그러면서도 집중이 안 된다, 일 때문에 바쁘다, 쓸 게 없다,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슬럼프’다 (솔직히 이 변명이 가장 어이없다) 등등의 갖은 이유들을 기어코 찾아내 일말의 의무감마저도 기억 속 저편에 가뒀다. 나열한 이유들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글태기’였던 것 같다. 물론 이제 와서 다시 설레기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사실 어제의 소동(?)이 오직 주사인 것도 아니다. 내게는 술김을 빌려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4개월의 글쓰기가 그래왔듯이, 강제성이 없으면 없을수록 내일의 나는 또, 나약해질 것이었다. 기왕 이렇게 저지른 거 뭐든 매일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 큰 맘을 먹고 노트북을 켰는데 맙소사 이번에는 작동을 안 한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9월 마지막 글 업로드를 끝으로 노트북 역시 방치했다. 스마트폰도 있고 태블릿도 있고 하니 노트북 켤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았다. 자그마치 4개월을 말이다.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고 지냈던 지난날을 사과하며 노트북에게 재빨리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렇게 전원을 연결했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밀린 윈도 업데이트가 아주 말 그대로 산더미.  낯설지가 않은 이 기시감. 사실 매번 이런 식이다. 뭔가 좀 해보려고 노트북을 켤 때마다 번번이 업데이트가 내 발목을 잡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조용히 기다려야지. 업데이트 중일 때는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없으므로 업데이트가 끝나면 글을 시작하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나라는 사람, 글쓰기 전 준비 운동만은 여느 대작가 못지않다고 애써 핑계를 대 본다. 업데이트를 무려 2시간여에 걸쳐 한 건 안 비밀. 하하하.     


        이런 우여곡절 끝에 오늘부터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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