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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Feb 03. 2024

지저분하게 사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

크리스마스트리를 갖고 싶어서_3

        3단 서랍장 위를 장악하고 있었던 수납함과 바구니 속 가방을 모두 정리하자, 곧바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둘 공간이 만들어졌다. 목표했던 대청소가 아닌 소청소는 임무를 마치고 대망의 종료만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만 접었던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처음에는 ‘어디’라는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디’보다는 ‘어떤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마치 여행의 향방이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로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이 순간의 선택이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냥 예쁜 쓰레기가 될 수도, 아니면 앞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할 설렘이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무난하게 정리된 그 부분만 사진을 찍어 SNS에 대성공이라는 듯 자랑할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애 첫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닌가.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충분히 기념할만했다. 종종 집이 배경이 될 경우 그러기도 했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썩 내키지 않았다. 아마도 잠시 잠깐,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트리가 아니라 오롯이 나만이 만족할 트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이 집에서 함께 사는 것도 나고, 트리를 보는 것도 나. ‘내가’ 좋아해야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낯설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라이프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기 때문에.      


        청소 상태는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유지가 아니라 그저 했다는 것에 만족하다 보니 다시 지저분해지는 그것까지가 나의 청소루틴 같기도 했다. 계속 집이 지저분해지는 데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면 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솔직히 내가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무엇이든 귀찮아만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이 사실을 나보다 타인이 먼저 의심할 때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수긍했다.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이 진짜 이유라고 알았고, 믿기도 했지만 실은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진짜 이유를 밝히는 것보다 그 편이 나았으므로 나는 더욱더 게으르고 귀찮은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보는 눈이 없으니 내 멋대로 살아도 상관없다. 이게 진짜 이유였다.      


        결국 전반적인 집안 재정비에 돌입하기로 마음먹고 또다시 정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트리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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