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달라진 걸까.
크리스마스트리가 갖고 싶어서_13
나는 정말 달라진 걸까.
오늘은 2월 13일. 설 연휴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항상 본가를 갈 때마다 19인치 캐리어에 옷을 잔뜩 가지고 갔다. 늘 그랬듯, 내려가면 일주일 정도 보내다 오니까 아무래도 옷이 좀 필요했다. 고작 내려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엄마 아빠와 하루 세끼를 같이 먹고 매일 산책을 하는 게 전부인데도 말이다.
이번에는 갈 때 입을 옷, 올 때 입을 옷 한 벌씩과 잠옷 겸 실내복 한 벌. 이렇게 총 세 벌이 전부였다. 최대한 공간을 비워 귀경할 때 꼭 데리고 오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엄마표 반찬들. 참 신기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때마침 엄마도 이것저것 만들려고 한단다. 정말 엄마들의 직감 같은 것이 있기라도 한 걸까.
다른 때 같았으면 손사래 치며 엄마 힘드니까 김치면 된다고 나 때문에 괜히 고생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냉큼 너무 좋다고 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집에서만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다른 어떤 때보다 엄마 반찬이 절실했다. 김치, 멸치볶음, 콩자반, 깻잎 김치, 총각무, 무말랭이, 보쌈, 직접 기른 배추 4분의 1통. 거기다 엄마가 담은 고추장, 방앗간에서 직접 짠 참기름까지. 옷을 한두 벌 더 가져왔으면 몇몇 아이는 두고 와야 할 뻔했다. 엄마가 예전부터 무슨 패션쇼 할 일 있냐, 무슨 옷을 그렇게 많이 가져왔냐고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엄마의 말을 최대한 반영하길 정말 잘했다 싶다.
매번 엄마 음식을 가지고 오고도 냉장고에 바로 넣지 못했다. 전에 고백했다시피 냉장고는 이미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들로 꽉 차 있어 손을 쓰기 막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기 전에 미리 정리를 하거나 아니면 갔다 와서라도 사후 정리를 하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늘 똑같았다. 그냥 귀찮아서.
여유 공간이 있어 엄마가 싸준 대로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할 수 있어도 그나마 다행. 하루 이틀은 밖에서 그냥 대기하고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냉장고 정리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이러다 상할 것 같은데...’라는 위기감이 찾아오면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늘 도착하자마자 미리 정리해 둔 반찬통을 꺼내 모조리 옮겨 담았다. 그리고 바로 냉장고로 직행. 모두를 넣고도 공간이 아직 남는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순간 문득 나 자신에게 묻고 싶어졌다. ‘이제 정말 달라진 거야?’라고. 내가 답을 정하면 되는 건데도 선뜻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답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응'이라고 말하기엔 이제 겨우 두 달 열흘 정도 지켜낸 변화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벌써 두 달 열흘에 걸쳐 이뤄진 변화. 냉정하게 지금은 '아직은 모른다'가 맞겠다. 방송인 박나래가 그랬다. 비키니는 기세라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쳐본다.
변화도, 확신도 기세다! 보여주자. 완전히 달라진 나를. 그 누구에게도 아닌 나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