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바르셀로나를 걷다_(5)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여행에서 하는 이유는 뭘까?

by 현진

사건 발생 1일 전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몬세라트!

가우디 투어를 마친 우리는 그가 영감을 받았다는 곳으로 다음날 향했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3대 순례지이기도 한 몬세라트 수도원인데요.

최고 높이 1238m에 달하는 바위산을 배경으로 숭고한 기품을 뽐내고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 특히 수도원 안쪽에 있는 <검은 성모상>은 몬세라트의 상징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거기다 미사 시간에 잘 맞춰가면 세계 3대 합창단이라고 하는 몬세라트 수도원 소년 합창단 '에스 콜로니아'성가대 공연도 직접 볼 수가 있죠. 비록 외곽에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우린 몬세라트로 향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몬세라트까지는 약 1시간의 여정. 넷이 가는 길은 수다로도 그 시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우린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하기에도 시간은 짧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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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가 이곳을 보고 카사 밀라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몬세라트를 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가우디 투어를 하고 몬세라트를 가는 경우나 몬세라트를 가고 나서 가우디 투어를 하는 경우 다 그 느낌은 비슷할 거예요. 여행 순서는 어떤 식으로든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연속된 이틀의 일정으로 두 곳을 즐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가우디가 이곳에서 어떻게 영감을 받았는지가 더 잘 느껴지고 상상이 되거든요.

몬세라트, 그곳은 기암괴석이 사방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경외감마저 드는 곳입니다. 특히 수도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모든 것을 압도합니다. 마치 그곳의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어떻게 이런 최적화된 장소에 수도원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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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70808_103459014.jpg?type=w773 천국의 계단 가는 길
KakaoTalk_20170808_103518390.jpg?type=w773 천국의 계단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여행에서 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아주 꼬꼬마 시절에는 교회를 다녀보기도 했고, 중학교 때는 미사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친구 따라 성당에 가보기도 했고, 부모님을 따라 사찰을 방문한 경험도 있지만 신앙심 혹은 믿음 부족으로 끝끝내 어느 한 종교에 몰입(?)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른 그 어떤 이유보다 저의 게으름이 한몫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해봅니다. 종교를 가진 다는 것이 저는 '성실에 기반을 둔 일관된 신념의 실천'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성실하지 않았거나, 일관되지 않았거나, 실천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셋 다거나! 저는 마지막에서 그 이유를 찾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서는 종교적인 장소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 묘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처음에는 종교가 없으니까, '그냥 한 번 가보지 뭐...' '거기 가보고 싶어' '거기 꼭 가볼래' 이렇게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종교인들이 가는 곳에서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저의 생각을 바꿔준 것도 여행이었죠. 한 번 두 번 세 번 가보니 금세 그곳만의 그 분위기에 빠졌고, 매혹됐습니다. 사찰이든 교회든 성당이든 사원이든 저에게는 하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느껴졌고, 그 덕분에 예술, 과학, 건축,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실은 위로받는 느낌이 조금 더 좋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느낌이,
이런 마음이 종교일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곳에서 받는 느낌은 저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미지의 것이었지만 때로는 괜찮다고, 때로는 잘하고 있다고, 때로는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현실에서는 외면하고 부정하기 바빴던 저의 마음을 여행을 떠나 비로소 그곳에서 듣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신비한 경험을 하며 저는 몬세라트 수도원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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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70808_103635638.jpg?type=w773 몬세라트 성당 내부
KakaoTalk_20170808_103703094.jpg?type=w773 운 좋게도 하루에 두 번 공연한다는 소년 합창단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KakaoTalk_20170808_103722245.jpg?type=w773 검은 성모상


윈래는 아니었지만 내친김에 몬세라트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미 그곳에 반했기 때문이었죠. 조금 더 있고 싶었습니다. 성당에서 정상 입구까지는 푸니쿨라로 편도 5분 정도 소요되는 길. 물론 걸어갈 수도 있지만 꼭 푸니쿨라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푸니쿨라를 타고 가도 정상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끝도(?) 없기 때문이죠.

KakaoTalk_20170808_103759958.jpg?type=w773 푸니쿨라 타러 가는 길
KakaoTalk_20170808_103827592.jpg?type=w773 몬세라트 정상으로 가는 입구
KakaoTalk_20170808_103841832.jpg?type=w773 정상을 향해 끝도 없이 펼쳐진 길


물론 그 길이 그렇게 길고 힘든 여정이 될 거라고는 우리 넷 중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이죠. 하하하! 입구에는 소요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었는데요. 거기에는 분명 40분이 걸린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이것을 놓고 작은 토론(?)을 했습니다.

편도일까, 왕복일까?


영어로는 이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던 우리는 관광객들을 주의 깊게 살펴봤고, 너무나도 밝은 표정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망설임 없이 정상으로 향하는 현지인들로 보고 확신했습니다!

왕복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생각한 데에는 우리보다 뒤늦게 도착한 한국인 남학생들의 선택도 한몫했습니다. 세 명의 남학생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왠지 불안함을 느꼈는지 한 명은 그냥 돌아가길 원했고, 한 명은 의견 없음, 한 명은 왕복 40분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왕복 40분일지도 모르는 길을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고 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들은 곧 영어를 나름 잘하는(?) 친구를 따라 정상을 오르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의 생각도 사실 비슷했습니다. 왕복 40분이면 문제없을 거라며 호기롭게 정상으로 향했죠. 다들 예상하셨죠? ㅋㅋㅋ 그 안내는 정상까지 40분 걸린다는 것이었고, 그것도 프로등사너(er)들에게나 그렇지 우리들처럼 저질체력으로 40분 만에 그곳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 길을 오르는 동안 그들과 우리들은 종종 마주쳤습니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진짜 너무 힘들고, 덥고, 지치고, 목말랐는데... 그들의 대화는 우리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야! 이래도 왕복이냐?
40분 지났는데 정상이 어딨어...
(씩~씩~)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거죠, 그 순간만큼은. ㅋㅋㅋ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고행의 길에 가까웠던 산행이었지만 정상에서 본 몬세라트는 경이로웠습니다. 세상 끝에서 마주한 그림 같은 풍경처럼 느껴졌달까... 그때 생각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서 다행이다
편도 40분인 줄 알았으면
어쩌면 난 안 왔을지도 모르는데...


모르는 게 약이 된다는 게 그날의 일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요? 하하하. 아, 그 남학생들이요? 물론 다시 파니쿨라 입구에서 만났습니다. 원래부터 돌아가길 원했던 남자가 친구를 향해 말하더군요.


내가 편도라고 했지?
(씩~ 씩~)


정말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어요. 그곳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알 겁니다. 그래도 꼭 가보세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곳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니까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편도냐 왕복이냐에 크게 집착(!) 하지 않는다면요.


KakaoTalk_20170808_103901267.jpg?type=w773 몬세라트 정상 & 십자가
KakaoTalk_20170808_103917941.jpg?type=w773 정상에서 바라본 수도원

그런데 그곳에서 기도한 한 신의 가호가 저희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까요? 다음날 닥칠 일을 우린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안타까운 불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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