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바르셀로나에서 넷이서 함께 하는 마지막 날. 야심 차게 구엘 공원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습니다. 전날 일출 시간까지 체크해서 찾아갔건만 이날은 날씨도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촬영을 하고 있어서 공원 내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고, 그들이 허락했을 때는 이미 해는 떴죠, 뭐...
어쨌든 나름(?) 로맨틱하게 아침을 맞고, 우아하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근처 카페를 찾던 중 발길 닿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우연히 찾아들어간 곳은 <브라 카페> 이름 재밌죠? 예상했겠지만 브라질 커피 체인점인데요. 아침 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커피 체인점입니다. 거기다 커피와 크루아상 세트가 2.2유로로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시는 브라질 커피라니 그 기분에 더 취했습니다. 여기 아주 굿! 추천 추천합니다!!!
여행 중 오늘 일정이 가장 빡빡했습니다. 두 친구가 떠나는 오늘, 미션을 클리어야 해야 될 게 많기 때문이죠. 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르셀로나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면 쓸어 담는다는 꿀 국화차! 맛도 좋지만 무려 티백 20개에 1유로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한국에서 살 때는 만 원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사실. 저도 안 살 수가 없죠! 하지만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메르까도나라는 슈퍼마켓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워낙 유명해서 중국이 관광객과 한국인 관광객들의 집중 타깃이 되기 때문에 품절되어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발품은 필수겠죠? 근처 슈퍼마켓이 문을 열 때를 기다려 오픈하자마자 꿀 국화차를 찾아 나섰지만 두 개밖에 없었다는... 바르셀로나 가시는 분들은 저 슈퍼마켓이 보인다면 주저 말고 들어가서 꿀 국화차를 사 오세요. 한국 와서 가장 아쉬운 게 저걸 많이 못 사 온 거예요. 평소에 마셔도 좋지만 해장용(?)으로 마시는 거 정말 추천합니다.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순식간에 퍼져 나오는 꿀&국화향이 진짜 최고입니다.
이제 점심 미션을 클리어를 위해 맛집 전문가인 친구가 찾아낸 맛집 <라리타>로 향합니다. 이곳의 메뉴 중 특히 유명한 게 '델디아'인데요. 1시부터 4시까지 10.85유로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바르셀로나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감내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저는 맛 집을 잘 가지 않는 편인데요.
줄까지 서서 먹어야 해?
도대체 왜?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워낙 미식가가 아니기도 했고, 웬만하면 저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거든요. 그래서 줄까지 서서라도 먹고 싶다는 것에 대한 욕망(?)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랬던 제가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한 번 먹어봤습니다. ㅋㅋㅋ 어땠냐고요? 사실 엄청 맛있었다기보다는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이 먹는 코스 요리를 경험해봤다는 게 적절할 것 같아요. 저 가격으로 코스 요리는 사실 꿈도 못 꾸잖아요. 거기다 네 명이서 주문해서 정말 다양한 메뉴를 즐겨볼 수 있는 기쁨은 덤으로! 앞으로 가실 분들은 맛 집에 대한 환상은 조금 접어두시고 현지인들이 먹는 코스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경험해 본다고 생각하시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원래 기대라는 게 워낙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한 여행의 마무리만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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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매치기당했어
집단 멘붕 사태!
그녀의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모녀라고 추정되는 소매치기 일당 두 여자는 그녀의 쇼핑 내내 유난히 눈에 띄었다고 했습니다. 친절하게 다가와 이것저것 챙겨주기에 '참 넉살 좋은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고 본인도 이런저런 말로 호응을 해주기는 했지만 분명 조심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코트를 입어보기 위에 메고 있던 백을 바닥에 발로 밟은 채 거울을 본 순간 그녀들이 순식간에 그것을 낚아채갔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어이없었던 것은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 당사자라는 데 있었습니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보다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의 소유자로 특히나 돈 문제에 있어서는 철두철미를 넘어서서 타고난 결벽증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누구보다 조심했고, 정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소매치기를 당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가지고 있던 현금은 물론 카드, 핸드폰 거기다 여권까지. 그야말로 싹 다 털렸던 것입니다. 오! 맙소사!!! 그래도 그녀였기에 숙소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쇼핑몰 안내 데스크까지 가서 소매치기를 신고하고, 숙소까지 가는 방법은 물론 경찰서 위치까지 알아내서 숙소로 돌아왔더라고요. 버스비도 없었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기사님이 그냥 타라고 했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기사님 감사합니다!' 혼자서 그 모든 상황을 감당했을 그녀가 안쓰러웠고 우리를 만나고 나서, 그제야 얼어버린 채로 정신 줄(?)을 놓아버린 그녀가 사실 대견스러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그때 멘붕이 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도 아닌 척했지만 사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일단 비교적 쉬운 것(?)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용 카드 정지 신고를 하고, 핸드폰 정지를 하고... 우리들은 조금씩 정신을 되찾아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권이었습니다.
당장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는데 여권을 잃어버렸으니...
심지어 당시에는 바르셀로나에는 영사관도 없었습니다. 충격! 여권 재발급을 받으려면 마드리드까지 가야 했던 것이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물어 물어 카탈루냐 광장 지하철역 지하에 있는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무엇보다 사고 신고서가 당장 급했습니다. 여권 재발급은 물론 여행자 보험처리를 할 때도 필요하거든요. 보아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한시가 급한데 경찰서는 오늘 일과가 끝났으니 내일 오라는 겁니다. 그런데 내일은 심지어 토요일. 대사관이 1시까지밖에 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거기다 바르셀로나 경찰서에서 사고 신고를 담당하는 통역관은 아침 10시나 돼야 출근한다는 설명에 또 좌절...!
일단 스페인 대사관에 전화를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니 일단 사고 신고서를 받고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합니다. 올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그녀의 말이 그 순간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내일 비행기 티켓을 바꿔야 하는 오늘 할 수 있는 마지막(?) 미션이 남아있었는데요. 티켓을 바꾸는 것도 바꾸는 것이지만 페널티 요금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차례 새벽까지 통화한 결과 KLM 항공으로 페널티 없이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타고 온 에어프랑스와 KLM이 같은 항공사여서 가능한 일이었죠.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떠야 되는데...!
그 밤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출 보는 것에 실패했던 것도, 꿀 국화차 구입에 실패했던 것도, 맛 집이라던 그 집에서 큰 감동을 못 받았던 것도, 넷이서 다니다 결국 찢어지게 된 것도, 그 한순간을 위한 예고였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그 밤은 지나갔습니다.
과연 나머지 미션들을 무사히 클리어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들은 난생처음 내일 경찰서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