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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ra Kim Sep 17. 2019

두 아이 엄마의, 일단 시작해보기

첫째와 둘째사이_이어가기

추석연휴가 끝났다. 다시 일상의 시작.


반복되는 것은 지겹다. 그렇다고 반복이 없는 것은 불안할 것이다. 

늦어도 8시에는 눈을 뜨고,  아이들의 가방에 물통을 넣고, 수건을 넣고, 

아이들을 간단히 씻겨서,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입히고, 식탁에 앉혀, 무엇인가를 먹이는 것.

먹는 동안에 두 아이의 머리를 예쁘게 빗기는 것. 

그 사이 동생이 언니의 물건을 빼앗거나, 언니의 행동을 방해하고,

언니는 화를 내고, 동생도 지지 않으려는 듯, 울고불고,

하는 사이...어쨌든 9시가 된다. 국방부 시계가 흐르듯이.


이것이 9시 혹은 9시 반까지 내가 마쳐야할 루틴이다.

이후 빠르게 집을 치우고,  빠르게 운동을 하고, 

귀가하며 장을 보고, 

두 시 반이면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완료돼 있어야 한다.

 

언제나그랬듯, 나는 나를 잡는다. 바빠 죽겠끔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굳이 5첩 반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굳이 반찬을 여러개 꺼내 담는다.

너비아니를 굽거나, 생선을 굽기도 한다.

그러니 국자부터, 숟가락, 젓가락 까지 

설거지 분량이 늘어난다.

밥도 새로 한다.


루틴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가도, 

어느새 모든 게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생겨먹어서, 나 자신을 괴롭히는가,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고, 삶고, 데치고, 

그릇에 예쁘게 담아내고, 냄비를 씻어내고, 물기를 닦아서 넣고...     


이런 비슷한 일들이 인류가 가족을 건사하며, 수 천 년 이어져 왔을 것이다.


전래동화 콩쥐팥쥐를 읽어주다 생각했다. 

팥쥐엄마가 콩쥐에게 죽을 고생을 선사하기 위해, 밑빠진 독을 주었는데,

두꺼비가 구멍난 장독 한 켠에 기대어 견디며, 팥쥐를 도와주는 장면,에서

우리네 여성들이 살아온 삶은 두꺼비의 그런 '견딤'이 아닐까.

아무 보상도 없는 일에, 온 몸을 받쳐 말이다.     


내가 자주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있다.

즐겁게 하지 않을 것이면, 하지마!


그 말을 내가 되새겨본다.

의무감으로 말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날만 그리 하자.

식빵에 맛있는 잼을 발라 먹이는 일도 훌륭한 일임을 기억하자.

주방에서 바쁜 엄마보다,

빵을 먹으며 생긴 여유시간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풍요로움을 주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베이컨 한 번 먹고, 알러지 증상이 나타난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져

다시 5첩 반상을 차리기 보다는

간편하고, 나와 가족 모두에게 좋을 간단한 아침 식사의 대안을 생각하자.


간편하게 먹이고 보냈더니, 어린이집에서 간식도 점심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너무 완벽한 아침 식단으로 나의 덜행복을 자초하진 말기로.


오늘도 열심 육아 해오신 엄마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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