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동거
나는 아직 부모님과 동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나이가 되면 당연히 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낸 '결혼'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여전히 못한 일이 되어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일과를 마치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지난 40년 간 그래 왔던 그분들의 '아이'로 돌아간다.
회사에서는 나름 직급이 오르면서 팀장, 실장 등으로 산 지 꽤 되었는데,
회사 밖을 나오는 순간, 여전히 나는 부모님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분리시키지 못한 채 그렇게 살고 있다.
아직도 나의 많은 결정들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것과 허락을 받기 어려운 일로 구분되어 진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일생일대의 도전 과제는 물리적인 '독립'이다.
정신적인 것은 접어두더라도 일단 몸이라도 떨어져야 되지 않겠는가.
어느 날 그런 생각도 해봤다.
혹시 내가 부모님이 내게서 독립하실 기회를 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두 분도 집에 들어서는 순간, 딸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 '아빠'로 돌아오느라 피곤하신 건 아닐지.
진작에 두 분에게도 집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쉬실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했던 것은 아닐까.
남들은 20대 때 이미 했고, 그렇게 독립해서 산지 20여년이 지났을 나이에
뒤늦게 이것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는 분명 미숙해도 한참 미숙함에 틀림없다.
이게 이렇게 남들보다 늦을 일인가.
그런데 사실 더 부끄러운 것은 '독립'을 어떻게 허락받을지 고민 중이라는 점이다.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43살에.
- 그 와중에 혼자 사는 집에서 벌레 나오면 어떻게 잡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점도.....부끄럽게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