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한 43살

2021.8.31. 욕 먹을 수 있는 용기

by 이현주

'미움을 받을 용기'라는 책 제목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책 제목을 보고 '남의 말에 뭐 그리 신경을 쓰고 사나?'라고 생각하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내게 매우 지배적임을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언제나 확신이 있었고, 늘 목소리가 컸고, 심지어 거만하기까지 했던 지금보다 어렸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는데, 어느 새 나는 유해지다 못해 무뎌진 것을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하며 위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늘 맡고 있는 공예 어워드 프로젝트로 새로운 심사위원 분들과 미팅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공예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아주 피상적으로 오고 갔다.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면서

문득 '나의 생각은 정말 옳은가?'하는 두려움이 스쳐갔다.

나는 모두가 의미있는 말들이라며, 고민을 하면서 진행해 보자는 애매한 말로 회의를 정리했다.

정답을 모르니 함께 찾아가자는 저 중간 어디쯤에 있는 회색같은 이야기.


확신과 독선은 한 끝 차이다.

하지만, 독선으로 비춰질 것이 두려워서 자꾸 말을 애매하게 하면

나는 결국 경계선 어딘가를 배회하며 회색이 되어가겠지.


세상에 정답이 없는 것도 안다.

모두가 각자의 상대성으로 살고 있다는 것도 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나다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

그 중간 어디쯤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래서 받게되는 미움과 욕에도 나를 보듬을 수 있는 용기.


유해지다 못해 무뎌진 칼이 되지 말고, 차라리 욕 먹으면서 살자.

부디.

그것이 어른이 아니겠는가.


- 늘 하던 회의였는데, 고민이 많아진 어른이 되지 못한 4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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