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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May 13. 2017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

일상기술 연구소

저는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뜬금없는 자기 자랑 같지만, 조금만 참고 들어 주세요. 

저는 주어진 일을 제법 잘 처리하고, 꾸준히 오래 하는 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목표와 계획들을 세우고 나면, 하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좀 막막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 어떤 사람이 될까?”라거나 “그래서 결국 무엇을 이루게 될까?” 같은 생각을 더 젊었을 때는 오히려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았던 바람이 언젠가부터 붙잡을 수 없는 과녁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무작정 따르는 목표와 계획들을 이어 붙이면 ‘훌륭한 사람’을 이루는 요소들이 되는 걸까? 이렇게 계속 살다보면 인생 잘 살았다고 어느 시점에선가 생각할 수 있게 될까?


이런 개인적인 막막함을 붙들고 있을 때, 팟캐스트 ‘일상기술 연구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상기술 연구소’라는 이름은, 제가 속한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멤버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탄생했습니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자신도 없고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지던 그 시기, 그냥 하루하루의 ‘일상’이라도 충실하고 좀더 행복하게 채우고 싶다고, 딱 그만큼에 필요한 이야기를 팟캐스트에 담아보고 싶다고 제가 입을 떼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또 다른 멤버의 바람이 보태졌습니다. 의지와 노력으로 막연히 뚫고 나가자는 뻔한 말 대신, 실제로 실험해볼 수 있는 작은 노하우들을 담겠다는 목표를 함께 잡았습니다. 이런 목표와 바람이 ‘일상기술 연구소’라는 이름에 담겼습니다.




일상기술 연구소는 1년째 변함없이 똑같은 오프닝 멘트로 방송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처음 이 오프닝 멘트를 썼을 때는 앞부분에 마음이 더 쏠려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과거에 참조되었던 삶의 모델들이 더 이상은 유효해 보이지 않는 시대이니까요. 차곡차곡 승진해서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더 나가서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니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습니다. “집 한 채는 있고 아이들은 잘 키웠다” 같은 대사가 나의 말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겁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로봇노동이니 AI니, 이런 커다란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면 답이 보이지 않고, 마음에는 스멀스멀 불안이 차오릅니다. 


그럴수록 내 시선을 자꾸 짧게 당겨오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에 대해서는 좀 멀리 보더라도, 내가 하는 일, 나의 삶에 대해서는 가깝게 초점을 가져오려고 애를 씁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그 다음엔 이번 한 주를, 이번 한 달을. 그렇게 단단한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조금 더 멀리까지 시야를 넓히더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어쨌든 내 앞에 놓은 오늘 하루뿐이니까.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를 산다는 것을 실감할수록, 어쩔 수 없이 기댈 데는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방송을 1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단단히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자’들과 만나면서, 저는 막연한 바람이었던 저 오프닝 멘트의 뒷부분을 이제야 몸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망이었던 말이 진짜 내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 일상을 더 굳게 붙들어준 일상의 기술들을 묶어낸 책이 막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방송에서 소개했던 기술자들의 이야기 중 일부를 골라내 다듬고 묶었습니다. 제 나름의 정리와 생각을 매 챕터마다 보태기도 했습니다.



일상기술 연구소와 함께 한 1년은, 꼭 방송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제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일상기술 연구소를 포함해, 새로운 몇 가지 일들을 시도해봤고 그 안에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벽에 둘러싸여 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일상기술 연구소에서 만난 기술자들의 이야기가 숨을 좀 돌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게 디딤돌 중 하나가 되어, 다시 새로운 마음을 먹게도 되었습니다.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두 번째 책인 셈인데요. 이 책은, 첫 책과는 다르게 굉장히 마음 편히 썼습니다. 방송에 출연해주신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거기에 제 글을 보태면서, 첫 책을 쓸 때와 같은 불안감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술자들의 이야기에 제가 공감했던 만큼을 담아내면 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훌륭한 기술자분들 뒤에 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탓에 제 이름을 저자로 올리는 것이 마땅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지만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훌륭한 일상의 기술자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1부 일상생활의 기술 :
돈 관리의 기술부터 생활 체력의 기술까지


1장_  내 욕망을 존중하는 적정 소비 습관 * 돈 관리의 기술 
2장_  시너지를 만드는 일-들의 조합법 * 일 벌이기의 기술
3장_  배움의 동력을 확보하는 ‘어른의 공부법’ * 배우고 가르치는 기술 
4장_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산다는 것 * 함께 살기의 기술
5장_  몸의 감각을 깨우는 몰입의 즐거움 * 손으로 만드는 기술
6장_  잘 쌓고 잘 찾는 나만의 심플라이프 * 축적과 정리의 기술
7장_  운동 자존감을 키우는 보디 멘토링 * 생활 체력의 기술

2부 독립생활의 기술 :
직장 밖에서 내 몫의 경제생활을 꾸리는 법

8장_  야심 없이 시작하는 * 나만의 작은 가게 꾸리기
9장_  자아와 통장 사이의 끝없는 균형 잡기 * 프리랜서로 먹고살기
10장_ 홀로 선 개인들의 멀리 가는 기술 * 새로운 방식의 무리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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