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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May 25. 2017

내가 해봐요 요정이 되기까지, 1년

[일상기술연구소 S2] 시작하기와 종료하기의 기술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를 연속으로 3주 이상 들어본 분이라면 저의 존재를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네, 그렇죠. 전 3주에 한 번 나오는 고정게스트, 조수석(aka.우물안에너지, 해봐요 요정 등)입니다. ^-^ 얼마 전 2017년 5월 18일은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었지만 일상기술연구소가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을 꽉 채운 날이었습니다.  


여기 앞에 서면 저는 작아집니다 ... ... 


제가 조수석으로 불린 지 1년을 기념해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저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매 회 다양한 기술로 초대한 일상 속 기술자(?)가 내고 간 과제를 미리 풀어보면서 청취자가 더 쉽고 즐겁게 풀 수 있도록 응원하는 역할이지 않을까 하는 (모범적인)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냥  다 차려놓은 밥상에 냉큼 제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먹으며 즐거워한 것 같습니다. 흐흐흐 


문득 제가 참여한 첫 녹음일이 생각나서 그 날의 일기를 들춰봤습니다.  

     

5월 17일
아 극도의 민망함  

두근두근한 날. 팀에 양해를 구하고 한 시간 일찍 퇴근을 하고 녹음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팟캐스트 녹음이라는 걸 했다. 내 손목만한 마이크 앞에 서 난 한없이 작아져었… 일상의 여러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목적의 레귤러 팟캐스트 방송이다. 같이 하자 제안을 받았을 때 고마움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덥석 하겠다고 했으나 막상 녹음에 들어가니 주의를 기울여야 될 게 많았다. 발음, 자세, 웃음, 화법, 목소리 톤 무엇보다 내가 한 말의 메시지. 
처음이라도 너무 못하진 말자 했지만 녹음이 끝나자 나는 무-의 상태가 되었다. 아 민망하다 - 민망하다 -
다음 녹음 땐 기필코 나아지리라. 불끈!  


기필코 나아지리라 다짐했지만 1년이 지나도 그다지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이 일기를 썼을 당시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지금 저는 프리랜서(라고 쓰고 반백수라고 읽는다)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전환이란 스위치를 켠 지난 1년, 당연하게도 일상기술연구소로부터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본격 퇴사 권장 방송이라는 비공식 타이틀을 만드는 데 저도 일조한 듯 ㅎㅎ) 


어떤 도움을 받았냐 구체적으로 물으신다면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바로,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이란 부제를 달아 나온 책 <일상기술연구소>  

일상기술연구소의 또다른 비공식 타이틀은 본격_사심_가득_홍보_방송입니다 ^^

 

작년에 나온 방송 내용과 플러스 알파를 더하고 다듬어 책으로 나왔는데요. 제가 느낀 점을 같이 느끼는 것과 더불어 각자의 인생에서 대입해볼 수 있을 거라 감히 확신합니다. 그나저나 책에 감싸고 있는 띠지를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화제의 팟캐스트라니…뭔가 숨겨진 말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아무튼 '나, 자유인이 되고 싶어!'를 원하는 분들한테 맞춤’꿀’책일 거라 당당히(!) 홍보해봅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일상을 바라보는 것, 포착하는 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구나, 내 시야가 닿는 곳 그 어딘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해보는 것이 굉장히 재밌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거구나내가 해볼까 말까 망설인 시간들 역시 절대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느꼈습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제가 일상기술연구소 참여 1년 만에 해봐요 요정이 된 건 아닐까요? 멋진 네이밍이 붙은 것 같아 참 기쁩니다.   


작년 연말 일상기술연구소 시즌1을 마무리할 즈음 느꼈던 감정을 남겨놓은 글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이 다짐을 남겼더랬죠.   


... 너무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하지 않되, 시즌1에서 했던 것처럼 시즌2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대신 시즌 1보다는 조리 있게 말하는 조수석이 되고 싶다. ㅎㅎ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출근할 데도 없으니 (아마도) 시간도 있겠다, 좀 더 생각하고 말하는 기술을 길러 보아야지. 물론, 유머라는 트레이드마크는 놓치지 않는 것으로...(이건 못 고칠 듯 ㅋㅋ) 아무쪼록 일상기술연구소 2017년도에도 조수석을 잘 부탁드립니다. 히히히 


다시 보니, 참 잔망스럽게 쓰인 다짐이었네요 ^^; 시즌 2 녹음이 벌써 절반이나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고, 가끔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책임과 금고문이 균형을 맞춰주고 리피디가 적당히 자르고 붙여준 덕분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듣기 힘든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는 청취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앞으로도 조수석을 잘 부탁드립니다 :) 





큰 의미를 부여하고 안 하고를 떠나, 하기 싫다면 그만두고 하고 싶으면 하고… 그렇게 시작과 종료를 내 일상에서 반복하다 보면 뭔가 발견되지 않을까요? 발견된 무언가는 개인마다 다를 테고요.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이번 일상기술연구소 1년 맞이 기념 녹음에서 이고잉, 제책임, 금고문과 나눴습니다. 추가로 금고문이 추천한 영화 <비기너스>, 제책임이 추천한 책 <헬조선 인앤아웃>, 제가 추천한 일본 드라마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를 선선한 저녁 바람과 함께 봐주시길 바라며(과연 이고잉은 무얼 추천했을까요?) 앞으로도 매주 목요일 일상기술연구소에서 만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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