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뉴스 모둠 그 두 번째.
영국 임팩트 투자(영국에서는 임팩트 투자라는 말보다는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라는 표현이 좀더 흔히 쓰이지만)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인 '그' 로널드 코헨(Ronald Cohen)과 맥킨지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그러니까 맥킨지 전사의 CEO랄 수 있을) 도미닉 바튼(Dominic Barton)의 인터뷰. 도미닉이 묻고 로널드가 임팩트 투자 지평의 변화에 대해 답했다.
인터뷰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로널드 코헨의 최근 인터뷰라는 점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로널드 코헨을 잠깐 소개하자면, 그는 글로벌 프라이빗 에쿼티이자 벤처 캐피털이기도 한 Apax의 창업자다. Apax는 1972년 설립되었고, 영국 최초의 벤처 캐피털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 그가 '영국 사회적 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면, 그에 앞서서는 '영국 벤처 캐피털의 아버지'로 불렸다.
그가 공식적으로 사회적 투자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영국 Treasury의 요청으로 '사회적 투자 태스크포스(Social Investment Task Force, SITF)'를 이끌게 되면서부터였다.
SITF의 임무는 사회적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내놓는 것이었고, 그 제안의 헤드라인만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Introduction of a Community Investment Tax Relief (CITR) to encourage private investment in under-invested communities, via 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s (CDFIs) which can invest in both not-for-profit and profit-seeking enterprises.
(2) The successful principles of venture capital, namely long term equity investment, business support to the entrepreneur and rapid growth of the company backed, should be applied to community investment through the creation of Community Development Venture Funds (CDV Funds).
(3) More detailed information about the lending pattern of individual banks, as is available in the US, makes it possible to compare good and bad practice andencourage a cumulative ‘improvement in performance’. If voluntary disclosure is not made quickly, Government should require disclosure, in the manner of the 1977 US Community Reinvestment Act.
(4) Greater latitude and encouragement for charitable trusts and foundations to invest in community development initiatives.
(5) A thriving 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sector comprising Community Development Banks, Community Loan Funds, Micro-loan Funds, and Community Development Venture Funds – standing between government, banks and other investors onthe one side, and business and social and communityenterprises on the other, is vital to boostingenterprise and wealth creation in under-invested communities.
SITF의 제안은 매우 총체적이었다. 모든 종류의 자산군(asset class), 다양한 유형의 소셜 임팩트(사회문제의 혁신적 해결부터 저소득/취약 계층을 위한 직접적 지원까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제안했으며, 무엇보다 그런 임팩트의 추구가 어떤 유형의 금융기관을 통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포함하고 있었다.
2000년의 제언이지만, 한국의 우리에게는 여전히 먼 길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현재 사회적 경제나 사회혁신을 '투자'나 '금융'의 방법으로 지원하겠다고 생각하는 정책입안자라면, 그 지원의 그림이 어디까지 아울러야 할지 보여주는 참조점으로 삼을 만하다.
그리고 2010년에는 제안을 내놓은 지 10년 후, 제안 각각에서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리포트도 발행되었고, 이 작업 역시 로널드 코헨이 주도했다. 10주년 리포트의 첫 부분에 나오는 것은 2000년 이래, 어떤 사회적 금융 기관이 탄생하였는지, 각각 어떤 유형의 임팩트 투자를 하고, 어떤 유형의 자본을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연표와 지형도다. 이게 바로 10년전 SITF 제안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게 2010년의 그림이니, 이제 이 지도는 더욱 빡빡하게 채워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10주년 리포트가 나온 뒤 이듬해인 2011년에는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이 탄생했다.
금융정책의 핵심은 capital의 intermediary를 설계하는 일이다. 사회적 금융을 정책적으로 고민한다면 돈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수로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지 상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수요의 양과 공급의 양만을 고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SITF 활동 이후 로널드 코헨은 2002년 직접 임팩트 투자기관을 설립한다. 위 지도에도 등장하는 Bridge Ventures다.(Bridge Ventures는 이후 Bridges Fund Management로 이름을 바꿨다. 벤처 투자 외에도 다른 유형의 임팩트 투자까지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Bridge는 2002년 4천만 파운드의 펀드로 출발했고, 그중 2천만 파운드를 정부가, 나머지 2천만 파운드를 민간이 출자했다. Bridge는 미국으로까지 확장했고, 현재 Bridge의 운용 자산 규모는 10억 달러가 넘는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2011년 그 유명한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출범했고, 로널드 코헨은 공동창업자이자 최초의 회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로널드 코헨은 글로벌 소셜 임팩트 스티어링 그룹(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을 이끌고 있다.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은 매해 스스로 임팩트 투자자라고 여기는 투자자 및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survey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내놓는다. 아래가 그 결과를 담은 올해의 보고서다.
https://thegiin.org/knowledge/publication/annualsurvey2017
아래는 GIIN의 2017년 survey에서 드러나는 시사점을 정리한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의 아티클이다.
https://ssir.org/articles/entry/three_big_takeaways_from_the_latest_impact_investing_data
이 아티클에서 필자는 임팩트 투자자가 되는 데 단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곧 발행될 퍼블리 SOCAP 2017 리포트(11월 중순경 발행 예정)에도 썼듯이 임팩트 투자는 투자의 목적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지, 투자의 방법론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다. 임팩트 투자자로 일하는 사람들조차 서로 다른 상을 상정하고, '진짜' 임팩트 투자다 아니다로 논쟁을 벌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자본을 회수하고 나아가 수익을 올리면서, (2)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라고 정의할 때, 이 정의는 임팩트 투자의 목적을 말해줄 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도, 심지어는 (1)과 (2) 사이의 우선순위도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는 아주 느슨하고 넓게 테두리를 칠 수 있는 개념이 된다.
핵심은 무엇이 '진짜' 임팩트 투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그 느슨하고 넓은 테두리 안에서 서로 다른 임팩트 투자 행위 각각의 역할을 이해하는 정책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일이다.
아티클은 최근 급속도로 일어나는 이른바 '주류화' 현상에 대해서도 논평을 빼놓지 않는다. 아래 그 일부를 옮겨놓았다.
"모든 유형의 투자자가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특히 잘 알려진 자산 운용사 및 금융기관의 진입으로 임팩트 투자 산업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새로이 진입한 이들이 임팩트에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는지 보여줄 때까지 판단은 유보하는 쪽이 신중한 일일 것이다. 응답자들은 대형 기관들의 진입이 그토록 필요했던 자본을 공급해줄 뿐 아니라 시장에 전문성을 더하고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동시에 이런 트렌드로 인해 미션이 밀려나고 "임팩트 희석(impact dilu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이런 신규 투자자들은 임팩트 창출을 의식적으로 지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임팩트보다는 수익률에 우선순위를 둘 수도 있으며, 임팩트에 대한 의지를 장기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끝)
그리고 아직 펀딩이 진행중인 퍼블리의 SOCAP 2017 프로젝트 링크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