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는 '시장 수준의 수익률(market rate return)'을 올릴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임팩트를 추구하면서도 시장 내의 '일반적인' 투자들과 같은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가?
임팩트 투자라는 언어가 생겨나고 임팩트를 고려하는 일련의 투자 활동이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면서, 이 질문은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화두였다. 실제로 임팩트 투자 분야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임팩트와 재무적 수익률 사이에 불가피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존재하는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이 문제에 대한 최신의, 가장 균형 잡히고도 실용적인 견해는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의 매니징 파트너 Matt Bannick과 그의 동료들이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17년 겨울호에 기고한 아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ssir.org/articles/entry/across_the_returns_continuum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이베이(eBay)의 창업자 Pierre Omidyar가 2014년 설립한 비영리재단이자 임팩트 투자기관으로, 설립 이래 투자 및 지원금으로 2017년 5월 1일 기준, 총 11.8억 달러가량(한화 약 1조 3천억 원)을 집행해 왔다. 임팩트 투자분야를 일궈온 선두 기관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필자들은 이 글에서 '임팩트와 수익률 사이의 트레이드오프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들끓어 왔지만, 통찰보다는 혼란을 주었고, 임팩트 투자 분야의 성장을 오히려 막아왔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혹은 "없다"라고 결론짓고 싶어 했지만, 임팩트 투자자로 일해온 지난 10년의 경험에 따르자면 자신들의 대답은 이렇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 (It depends)
임팩트를 추구하는 투자는 낮은 수익률을 감내한다는 것을, 나아가 원금 손실을 각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임팩트 투자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조차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 것은 각자가 갖고 있는 임팩트 투자의 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을 달고 유입되는 자본의 양이 늘어나고, 임팩트 투자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오히려 이 질문에 대한 균일한 답이 나오기는 어려워진다.
임팩트 투자는 투자 목적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지, 투자 방법론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1) 자본을 회수하고 나아가 수익을 올리면서, (2)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라고 정의할 때, 이 정의는 임팩트 투자의 목적을 말해줄 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도, 심지어는 (1)과 (2) 사이의 우선순위도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는 아주 느슨하고 넓게 테두리를 칠 수 있는 개념이 된다.
그리하여 임팩트 투자를 말할 때, 누군가는 저소득 지역의 임대주택 건설에 저리 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시드(seed) 자금을 투자하는 일을 떠올릴 수도 있다. 저개발 국가의 여성 가장들에게 소액 자금 대출(microfinancing)을 제공하는 일도 임팩트 투자의 일종일 수 있으며, 선진국의 상장 기업들 중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회사들의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도 임팩트 투자의 범위에 들어간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자산에 어떤 접근법과 우선순위를 가지고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수익률과 임팩트 사이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경우에 따라 다르다."
위 글에 따르면,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투자의 기대 수익률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투자의 유형과 기대 임팩트에 따라 다른 수준의 수익률 기준을 적용한다. 글의 제목대로 "수익률의 스펙트럼을 가로질러(Across the Returns Continuum)" 투자하는 것이다.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모든 투자에서 직접적인 임팩트(direct impact)를 추구하며, 그 직접적 임팩트가 높다고 해서 기대 수익률의 수준을 낮추지 않는다. 다만, 직접적 임팩트를 뛰어 넘는 시장 차원의 임팩트(market impact)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에 한해서는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감내하며, 심지어 원금 손실을 포함하는 지원금(grant)성의 투자를 집행하기도 한다.
연기금 및 대형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대형 프라이빗 에쿼티나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하는 임팩트 투자 상품에서는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고 임팩트를 추구하는 투자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투자 접근이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한 사례는 충분히 많다.
그러나 동시에, 낮은 수익률, 때로는 일정 수준의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임팩트 투자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임팩트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구체적으로 규정된 제한적 상황에서만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받아들여야 하며, 임팩트가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성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철저한 자기 검증을 전제로, '시장 차원의 임팩트'를 의도적으로 추구할 때만,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의 원칙이다. 시장 차원의 임팩트는 한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는 임팩트를 일컫는 것으로,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 시장 차원의 임팩트가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첫째, 기존 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시장, 대체로 소득이 낮거나 도시가 아닌 지역의 열악한 시장에서 통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경우,
둘째, 효과적인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기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기간시설을 만들어내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이런 경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개 혁신적이면서도 광범위한 규모의 시도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오래 버텨줄 수 있는 종류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종류의 임팩트 투자는 블랙록에서, 또는 TPG의 라이즈 펀드에서 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참조)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투자에서 낮은 수익률, 혹은 손실의 가능성은 불가피한 트레이드오프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된다.
위 글에서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의 필자들은 이렇게 강조한다.
임팩트 투자 분야는 트레이드오프를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쟁을 벗어나, 좀 더 의미 있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바로 이 질문이다. 과연 어떤 조건 아래서, 사회적 임팩트를 달성할 기회와 교환하는 대가로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받아들일 것인가?
임팩트 투자 전체를 놓고 트레이드오프의 문제를 논하기에는, 추구하는 임팩트의 유형과 수익률 목표가 각기 다른 매우 다양한 유형의 임팩트 투자자가 존재한다. 임팩트 투자가 과연 시장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GIIN에서 수행한 임팩트 투자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팩트 투자자의 1/3 가량이 의도적으로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다. 오미디야르 네트워크가 시장 차원의 임팩트를 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나아가, 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투자자 거의 대부분이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용인하는 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정부와 공공 부문의 손이 직접 가닿지 못하는 곳,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돈으로 셈해질 수 없는 일들을 한다. 어쩌면 기부나 지원으로 이름 붙이는 게 마땅해 보이는 이런 일들을 우리가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그저 돈을 줘버리는 것으로 일을 끝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 수준 이하일지나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제공했던 자본을 오랜 후에라도 돌려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임팩트의 추구에 철저함을 부여하고, 돈이 들어간 곳들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게끔 이끄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로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가 충분치 않은 대답이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로 결정한다면, 그렇다.
다만 그게 첫 번째 목표가 아닌 투자자들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