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Miles Aldridge, Color Pictures @ Seoul Arts Center
요즘 시간이 없어서도 그랬지만 크게 끌리는 전시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마일즈 알드리지: 컬러 픽쳐스" 사진전이 눈에 띄었다. 6월 10일부터 한다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사진전도 하고 있었네!
지난번에 본 앙리 마티스전에서도 그가 색과 색가의 충돌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인상 깊었었는데, 마일즈 알드리지의 사진들이 컬러를 인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갔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너무 좋았던 전시였다.
64년 런던에서 태어난 마일즈 알드리지는 비틀즈의 앨범 아트 디렉터인 아버지에게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나 뮤직 비디오 감독일을 하던 중 여자친구 프로필 사진 찍은게 보그 에디터의 눈에 띄면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어떤 기자가 그가 색을 쓰는 방식이나 사진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방식을 보고 "레트로 퓨처리즘" 이라고 이야기 했다던데 묘하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색상이 나와 같다니 왠지 반가웠는데 바로 터쿠아즈 그린과 핑크였다.
"컬러 픽쳐스" 라는 말은 작가가 전시에 붙인 말 이라고 하는데,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색을 이용한 묘사" 라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혼한 어머니와 자라나면서 느꼈던 여성의 삶과 가정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사진들에 잘 드러난다.
그의 전시를 보고 있자면 "허구로 가득 찬 현실과 현실을 너무 잘 드러내는 허구" 라는 개념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전시의 후반부 그가 나오는 다큐멘터리 영상은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누드 사진은 별도의 전시관에 있었다. 도록이 없는게 조금 아쉬웠는데 대신 맘에 드는 작품 엽서 몇개를 데려왔다.